붉은 혈의 경우의 수

나의 난임 연대기 _스물한 번째 이야기

by 코랄코튼

갈색 혈과 3일을 함께 하다

새로운 존재가 나타났다.

붉은 혈.


선.. 홍빛 치고 붉어서 붉은 혈..

봐서 좋을 게 없을 붉은 혈


하지만 역시 생리혈처럼 많이 나오진 않았다.

그 한 가지 사실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나의 간절함을 마주했다.


명절의 마지막 날 잘 버텨왔다.

인공 수정한 지 2주가 지났고,

다음날은 드디어 병원에 피검사하러 가는 날이잖아.

하루만 하루만 더 잘 버텨보자.

내 몸에 주문을 걸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고,

소변을 보는데 무슨 덩어리가 같이 배출되었다.

질정 찌꺼기와 너무 다른 형태였고

약 2cm 정도 크기에

무슨 투명한 얇은 막 주머니? 같은 덩어리였고

덩어리의 한쪽 끝에는 혈관 같은 게 달려 있었고

덩어리의 한쪽 끝에는 어딘가에 붙어 있다 뜯겨 나온 형태가 보였다.

온전한 형태 때문에, 자궁내막이 헐어 내린 찌꺼기 형태 같진 않았다.


와.. 이게 뭐냐... 와.. 이럴 수가


아무리 검색해봐도 이건 뭐라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거다! 답을 찾지 못해서 속이 더 답답했다.


혹시 아기집이 만들어졌다가 떨어진 건가??

별 생각이 다 들고 내 몸에서 이런 게 나오다니

너무 놀랐다.

너무 그냥 너무 놀랐다.

마음을 비울까? 싶다가도

혹시 내가 배란이 많이 돼서 수정된 여러 개 중에서

선택받지 못한 애들이 불필요해져서 나온 게 아닐까?

희망을 가졌다가도

유산의 증세인가? 싶다가도

뭘 검색해도 다 맞다고 하는 인터넷 정보들에서도

답을 구하긴커녕

자궁외 임신의 가능성까지 상상하게 되었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 카톡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명절이라 그런지 답장도 연락도 주지 않았다.


후.

임신은 원하면 되는 줄 알았던 내가 난임을 겪고 있고

임신이 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임신 후의 고비들도 왜 이리 많으며

이런 어려운 일, 축복이 필요한 일에

왜 그렇게 책임감 없이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어른들이 많으며

정말 생각할수록 욕이 나왔다.


내가 아이를 책임감 있게 잘 키우라고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가?

내가 아직 부모가 되기에 준비 못한 것들이 있는 건가?

시간과 기회를 주시는 거라면 감사히 생각해야겠지?

우리에게 올 아이를 너무 기대하다

정작 그렇게 소중했던 아이에게 너무 기대를 하는 부모가 되진 않겠지?


온갖 생각이 또 정신을 지배하였다.

이런데 어찌 다른 일을 하며, 공부를 하며, 뭘 할 수가 있을까

어딘가 다른데 집중하고 싶어도

그만한 것이 없을 만큼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하루만, 하루만 참으면 모든 걸 확인할 수 있어!


오늘 하루를 잘 넘겨보자!!


남편과 집에서 젤다의 전설을 미친 듯이 했다.

남편이 대표로 게임 플레이를 했고,

난 구경하며 공략을 찾아보고 협동하며 미션을 깨나 갔고

한 편의 영화를 즐기듯 시간을 보냈다.


오늘의 시간을 그냥 소리 없이 보내버리고 싶었다.

괜찮아, 내일 아침 진료잖아~




이전 20화갈색 혈의 경우의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