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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l 25. 2023

[책리뷰] 그때 그때 가볍게 산다, 장성숙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



요즘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손에서 스마트 폰을 놓지를 못한다. 메신저, SNS, 포털 사이트 등 몇 번이고 봐서 새로울 것도 없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새로고침을 누르다가 더 이상 볼 게 없으면 퍼즐 게임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별로 좋은 습관도 아닌 것 같아, 이런 자투리 시간에 마음을 안정시켜 줄 심리학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 구매하게 된 책이 '그때 그때 가볍게 산다' ebook이다. 저자는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전공 교수로, 매 챕터마다 실제 심리상담을 진행한 케이스와 그에 따른 마음 챙김 조언을 담았다. 한 챕터가 2-5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스마트 폰에 넣어 다니면서 쉬는 시간에 짬짬이 읽고 가볍게 마음을 다독이기에 참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되었다.


사회에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용기


한 세상 그런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 나는 그중에서도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본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순간순간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닌데, 용기가 없으면 매 순간이 고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자신의 위치에 대한 구실을 제대로 해야 탈이 적다. (...) 용기가 없어 가정이나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제대로 대접받기 어렵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게 용기, 즉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지 싶다.


우리는 어느 사회에 속해있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이에 도움을 받을 때도 많지만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럴 때마다 다 그만두고 어디 숲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저자는 자신의 역할에서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용기를 가지고 주어진 본분을 다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정석적이면서도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많이 와닿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지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떤 할리우드 배우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용기를 내어 be yourself 너 자신으로 하루를 살아가면 그걸로 승리자라고 생각한다...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에 녹아드는 것. 결코 쉽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일 고군분투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굉장히 와닿았던 한 에피소드가 또 있다. 신중한 서기관과 호탕한 지사장 이야기이다.


저자가 진행하는 집단상담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데, 한 번은 어느 회사의 지사장이라는 사람과 검찰 서기관이라는 남자가 왔다고 한다. 지사장은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사람이고 서기관은 조심스럽고 깊이 있는 말을 하는 편이었다고.

그런데 초반에는 사람들이 서기관을 신뢰하는 듯했지만, 나중에는 지나치게 신중한 그의 태도에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괜히 그 앞에서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은 긴장감이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사장은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그때그때 솔직히 드러냈다. 이러한 태도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에, 사람들은 긴장을 풀고 그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서기관 같은 용의주도함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이것저것 살피다가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가지지 못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그뿐 아니라 과도한 긴장이 어느 시점에 병을 가져다주어 고생을 할 수 있다고도 한다.


서기관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여 읽으면서 매우 뜨끔했었다. 나는 친한 소수의 친구들 외에는 대체로 서기관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지사장같이 발랄하게 지낸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오랜 유학 생활과 또 한국에서의 사회생활로 서기관 같은 모습을 보인 지 오래인 것 같다. 게다가 지사장 같은 화끈한 사람들의 생각 없는 말로 상처를 많이 받아서, '나는 절대 절대 저렇게 되지 말자!'라는 생각에 더 두꺼운 방어막을 친 것 같다.

 

20대 때 이유 없는 강한 편두통에 시달린 시기가 있었다. 병원에서는 아무리 검사해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저녁 시간이 되면 이유 없이 머리가 너무 아파서 다음 날 새벽까지 먹은 것을 다 게워내기 일쑤였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조금 힘든 환경에 놓여 있었어서 극도로 방어적인 모습이었던 것 같다. 본문에 나온 대로 과도한 긴장이 병을 가져다준 것이다.



스스로 부단히 애쓰며 살아야 하는 여건에 놓인 사람들이나 과도한 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긴장을 풀어낼 수 있는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때그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스트레스를 누적시키지 않아 생동감을 유지할 수 있고, 자연스럽고 편안해질 수 있다.


게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출구는 글쓰기이다. 기억하기로는 2003년부터인가 거의 매일 썼던 것 같데... 독후감을 쓰거나 하루 감상을 적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최근에는 블로그와 브런치에 내 생각을 정제해서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었더니,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습관을 들임과 동시에 왠지 모를 해방감 같은 것도 느껴지는 기분이다. 뭐가 됐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삶의 윤활유가 되는 것 같다.


연습 또 연습!


좋다는 걸 알았다고 하여 원하는 대로 순순히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연습을 하여 습성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구나! (...) 잘되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는 것도 자신의 수준을 과대평가하는 욕심이지 않을까 한다. 부족한 것에 안달하기보다 아직은 그 정도가 자신의 수준이려니 인정하고, 그저 꾸준히 노력하는 게 더 현명할 것 같다.


많은 자기 계발서와 심리 서적을 읽으면서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라고 다짐하지만 쉽지가 않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서 또 부정적으로 생각한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지프스 (Sisphus)라는 사람이 신들의 왕 제우스의 눈밖에 나서 높은 돌산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돌을 밀어 올리라는 형벌을 받는다. 꼭대기에 도달하면 또 바닥으로 떨어지곤 하는 돌을, 시지프스는 매번 다시 정상까지 밀어 올린다. 이렇듯 시지프스의 돌 이야기는, 삶의 부조리함을 자각하고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성실하게 노력하는 개인을 뜻한다고 한다. (a metaphor for the individual's persistent struggle against the essential absurdity of life, 브리태니커 사전 출처 https://www.britannica.com/topic/The-Myth-of-Sisyphus)

시지프스의 돌 Sisypus, Titan (from Wikipedia)

요즘 인생이 마치 이 시지프스의 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퇴근할 때도 그렇지만, 한 고난을 이겨내고 나면 또 다른 고생이 오고, 또 그 고생을 극복했다 싶을 때 다른 위기가 오곤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다 그런 거지,라고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이겨내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취감도 느끼고 자신감 같은 것도 생기곤 한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는 또 돌아서면 여러 일들로 허둥지둥 대겠지만, 그래도 자꾸자꾸 긍정적이려고 훈련하는 중이다. 


그때 그때 가볍게 산다


본문에는 이 외에도 욕심을 내지 않고 안분지족 하기, 지금 여기 깨어있기, 흘려보내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러 상담 사례를 보면서 이러한 고민을 가진 게 나뿐이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근 직장에서 조금 일을 많이 맡게 되어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읽고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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