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었는데 또 죽고 싶지 않기도 했어
밤에도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여자 다인실엔 남자 보호자가 밤에 상주할 수가 없어서 일단 1인실로 갔다.
병실 안에 베드가 따로 있었지만, 나는 몸을 옮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응급실에서 누워있던 베드 그대로 병실에 들어갔다.
몸에 뭔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주사를 놓고 체온을 재고 혈압을 재고,
나는 졸려서 눈이 자꾸 감기는데,
선생님들은 자면 안된다고 했다.
새벽이었고, 정신이 희미해지는데
'이 새벽에 바이크는 왜 탄다고 해가지고, S도 고생시키고, 선생님들도 고생이네...' 싶었다.
내과 선생님이 내려왔다.
"환자분~ 평소에 빈혈같은거 있었어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건강검진같은거 안받아봐서요." 라고 답했고,
내과 선생님은 "아 평소 자기 건강관리에 관심이 없으셨구나..." 하셨다.
무슨 수치가 낮은 모양인데, 내출혈 때문에 그런건지,
원래 수치가 낮은건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물은 것 같았다.
수술할 의사 선생님을 본 것도 같다.
무슨 얘기를 들은 것 같긴한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대퇴골이 터져서 안에서 피가 많이 나고있다고,
째면 피가 와장창 쏟아질 테니 수혈해야 한다는걸 들은 것 같다.
그 소리를 듣고 놀래 겨우 고개를 들어 내 허벅다리를 보니 오른쪽 다리가 완전 퉁퉁 부어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자꾸 와서 체온 혈압을 재고, 주사를 놨다.
S에게 나 재우면 안된다고 당부하고 나보고도 깨있으라고 톡톡쳤다.
잠이 몰려왔다.
수혈을 해야 하니까 동의를 하란다. 또 동의서가 주어졌다.
난 속으로 '여호와의 증인일까봐 하는건가...' 했다.
수치만 맞아지면 바로 수술 들어갈 거니까
수술 동의서에도 서명을 하라고 한다.
'동의할게 너무 많네... 거절하면 이상태로 죽을 수 있으려나?' 하는 궁금증이 스쳐갔다.
계속 몽롱한 와중에 S는 계속 내 옆에 있었다.
S가 나보고 귀가 밀랍처럼 하얗다고 했다.
난 귀를 볼 수 없어서 내 손바닥을 봤다.
손바닥이 아이보리색이었다.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가 그 새벽에 달려와줘서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나땜에 험한꼴보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S랑 그동안 있었던 재미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갑자기 죽기 싫어졌다.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S랑 더 같이 있고 싶었다.
그런데 또 하자가 생길 나때문에 S가 고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차라리 지금 죽는게 나을 것도 같았다.
마음속으로 복잡하게 빌었던 것 같다.
듣고 있던 신이 "어쩌라는 거야?" 했을 것이다.
'차라리 이 모든 고통이 끝날 수 있게 지금 저를 데려가세요.'
'근데 S랑 조금 더 있고 싶어요. 너무 짧게 같이 있었어요.'
'회복할거 생각하면 더 살고 싶지 않아요. 병원비 벌겠다고 바둥거릴 제 모습도 싫어요. 그냥 죽을래요.'
'아 근데 우리집 개... 개가 죽을 때 까지는 살아 있어야 하는데...'
'그치만 이건 제게 온 기회잖아요. 죽을 수 있는 기회. 드디어 저에게도 자살이 아닌 방법으로 죽을 수 있는 기회가 왔아요.'
'이제서야 S랑 조금 행복해진 것 같았는데... 돈 벌고 먹고 사는 게 힘들어도 같이 있으면 즐겁지 않을까요?'
내 옆을 지키고 있는 S에게 작별인사 비슷한 말들을 하며 난 머릿속으로 저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간호사 선생님이 "그래도... 수술 전인데 가족한테는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하셨고.
나는 아빠 연락처를 남겨드렸지만 수술 끝나기 전에 연락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