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목숨 같으니
시간이 된 건지, 내 몸의 수치가 수술 가능 범위에 맞은 건지
나를 데리고 수술실로 올라간다고 했다.
S보고 같이 가달라고, 같이 가도 되는 거냐고 물었다.
가는 동안 S에게 내 사후에 내 동물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빠에게 전해달라고
이것저것 말했다.
말하면서도 S랑 헤어지기 싫어서 눈물이 계속 났다.
S에게는 차마 진지하게 작별인사를 할 수가 없었다.
수술실에 끌려들어 가면서 "좋은 여자 만나!" 하고 들어갔다.
난 수술을 받아본 적이 없다.
수술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봤지.
그냥 덩그러니 있는 하나의 방이었고, 깨끗했다.
수술대로 옮겨야 하는데, 다들 난감해했다.
수술실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 중 한 분이
"환자분 이쪽으로 옮길 수 있겠어요? 아예 못 움직여요?" 했다.
난 고개를 저었다.
나를 시트 째로 수술대로 옮겼고, 난 아파 죽을 것 같았다.
나의 척추 마취를 위해 날 억지로 구부렸고, 생전 처음 겪는 고통에 울며불며 소리소리를 질렀다.
마취가 끝나고 날 바로 눕힌 뒤 이것저것 붙이는데도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 죽는 거구나.
내가 죽는 곳이 여기구나.
그래도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
얼마 전에 장기기증 신청했는데, 이러려고 그랬나?
내 개는 나 없으면 얼마나 슬퍼할까.
S는 금방 나 잊고 다른 사람 만나면 좋겠다.
S랑 이제서야 행복하고 재밌어졌는데 아쉽다.
엄마 아빠는 소식 듣고 놀라긴 하겠지만, 짐덩이 하나 줄인 거지 뭐.
개 보고 싶다.
수면마취 전에 선생님 좀 불러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왜?" 하면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 장기기증자구요. 너무 힘들면 살리지 말아 주세요. S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이렇게 말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뭔 소리야. 죽긴 왜 죽어. 살아야지!" 이러곤 쌩하고 돌아서 가버렸다.
눈물이 멈춰지지가 않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너무 울면 사레들려서 위험해요. 어떡해... 울면 안돼요. 괜찮아요. 뚝!" 하셨지만
내 눈알에서 흐르는 물을 난 컨트롤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기 싫었던 내 삶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게 참 슬픈 감정이었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힘든 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재밌는 일도 많았다.
그래도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나는 수면마취를 할 테고, 자는 동안 죽을 테고, 내 시체는 누가 밖에서 수습할 필요 없이 병원에서 수습될 테니 그닥 번거롭지도 않을 거야.
"이제 수면마취 할게요 졸리실 거예요."라는 소리를 듣고 천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마지막으로 볼 이승 장면이구나. 밝은 조명이랑, 수술실 천장. 사후는 어떤 곳일까?
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어디선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