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이유를 알 수 없는 일

응가 모으기

by JK

하루하루가 그렇게 흘러갔다.

난 수시로 주사를 맞고, 수혈을 받고, 채혈을 하고, 약을 먹고, 혈압, 체온을 재고, 오토바이 이제 타지 말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었다.

소변줄이 꼽혀있어서 소변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S보고 몇 시간에 한 번씩 소변량을 체크해서 통을 비워주라고 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인 S가 별일을 다 하는 걸 보니 죄책감이 들었다.


첫 수술을 마치고 나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빠에게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했다.

아빠는 담담하게 전화를 받아줬다. 원래 그런 성격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전화받지 않았더라면 난 안 그래도 떨고 있는데 더 무너졌을지도 모르겠다.

어디 병원에 있냐고 물었지만, 지금 내 꼴을 보여줄 수가 없어서,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조금 지나고."라고 했고, 아빠는 알겠다고 했다.


어깨 수술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몸이 좀 정신 차리면 다시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병원 밥이 나왔다. 여기 병원은 그래도 생각보다 밥이 괜찮게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난 걱정이 있었다.

'응가는 어쩌지...?'

난 조금씩 먹기 작전을 시도했다.

그 꼴을 보던 S가 한숨을 쉬었다.

"너 그래가지고 될게 아니야. 여기 한참 있어야 돼~ 뭘 창피하다고 그래? 이 기회에 다 까는 거라고 생각해."

"까긴 뭘까?!" 내가 발끈했다.


간호사 쌤들이랑도 친해지기 시작했다.

밥을 조금씩 먹고 당이 들어간 음료로 끼니를 연명하는 나의 행태를 간호사쌤에게 S가 꼬발랐다.

"얘 좀 봐요. 밥을 이렇게 안 먹어요."

"밥 먹어야 어깨수술받죠. 안 그럼 힘없어서 못 받아~"

간호사쌤의 말에 '아. 수술은 받아야 되는데. 지금 너무 아픈데...' 하면서 한 입 더 먹었다.


조금씩 모이는 응가를 장 한쪽에 한 알씩 한 알씩 차곡차곡 모아두기로 했다.

최대한 응가 배출일을 늦춰야 한다.


하지만 S말대로 이래서 될게 아니었다. 난 꽤 오래 병원신세를 질 것 같았고, 밥을 안 먹으니 회진 때 고개를 드는 것도 힘이 들었다. 기력이 쭉쭉 빠지는 게 느껴졌다. 첫 수술 후 이틀정도는 저승사자 형상을 봤다. 물론 갓 쓴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수술하고서 엑스레이를 찍어야 했었는데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난 몸의 반쪽을 아예 쓸 수가 없었는데, 내가 누운 베드 째로 엑스레이를 찍는 일 자체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내 몸을 들어 밑에 판을 대고 찍고, 자세를 돌려가며 찍고, 나는 엑스레이 찍으러 내려갈 때마다 눈물이 났다. 얼마나 아플지 예상이 됐기 때문이다. 진통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수술 한 자리도 너무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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