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뉴스페이퍼를 펼치면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노던 아일랜드 분쟁 등 세계 곳곳에서 특파원이 전송한 헤드라인이 보여요. 트레이드 마크인 흑백 체크 스카프를 쓴 단신의 야세르 아라파트, 북 아일랜드 독립 투쟁을 이끌어 온 정당, 신 페인(We Ourselves in Irish) 은 지구촌 핫포테이토로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가 뜨지요.
나의 미션은 그 영문 기사들을 해독하는 일이에요. 각 문장을 의미 단위로 나누어 해체 분석하고 후진 없이 앞에서 뒤로 직진 풀스탑까지. 겁나게 많은 뉴 어휘는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고 끝까지 아리송한 문장은 페이퍼가 뚫어져라 응시하곤 해요.
그러다 티브이를 켜 Melrose Place나 Seinfeld 같은 미드를 보며 긴장을 풀지요. 한낮의 망중한. 오늘 미션도 결과보다 과정이라 되뇌면 임무 완성은 시간문제지요.
세상 일이 그래요.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외국 가서 공부하고 살아본 들 저절로 귀가 뚫리고 입이 열리는 기적은 없었거든요. 스스로 묻고 고민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답은 없었어요. 어학연수는 동기부여로 제 역할을 했고 진중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거지요. Seize the Day. The Age 신문 광고카피가 나를 티브이 앞 거실 테이블에 자리 잡게 했어요.
밤엔 티브이를 켜요.
낮에 뿌린 씨를 수확할 시간이지요. 하루 수확? 간 보기 수준이었지요. 낮에 해독한 말썽 많은 분쟁 지역들이 그날 밤 고맙게도 뉴스에 등장해 줘요. 산드라 썰리의 목소리와 함께. 낮시간 신문에서 눈도장을 찍은 활자들이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에 실려 나와 꿈틀대는 거예요. 밤 10시 채널 텐의 텐 뉴스는 잊을 수 없어요. 중1 때 멋모르고 시작해 대학 전공을 거쳐 호주로 건너간 내 영어는 그렇게 조용히 새 챕터를 맞이하게 돼요. 결국은 방구석에서 해결책을 찾은 거지요.
뉴스를 읽고 듣기 전까진 독해를 그리 보람 있는 일로 치지 않았어요. 몸에 해를 주는 활동으로 인식하고 꺼려했지요. 섞음섞음하여 한 무더기가 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의심쩍은 단어들을 공책에 하나 둘 주워 담다 보면 하루해가 꼴딱 넘어가기 일쑤죠.
듣기 전에 읽기로 했어요. 말하기 전에 들어보고 쓰기 전에 말해보는 것처럼요. 우리 성인 제2 외국어 사용자에겐 읽기가 듣기 말하기 쓰기에 선행하는 단계라는 걸 피부로 느끼며 한동안 독해에 올인했지요. 함께 한 뉴스 시청은 선순환을 그리듯 다음 신문 독해를 어딘지 모르게 쉽게 해 줬어요.
뉴스는 재미없다고요?
신문 기사와 뉴스 프로를 교재로 선택하면 다음과 같이 생각보다 이점이 많아요.
1. 접근성 - 비용 없이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
2. 반복성 - 같은 이슈를 반복해서 읽고 듣게 되는 복습 효과가 있다.
3. 선명성 - 우리가 아는 논리적인 문장을 정확한 발음으로 제공해 준다.
4. 유사성 - 섞박지 담듯 몇 안 되는 문장 구조를 돌려가며 쓰는 미디어 언어의 속성이 있다.
뉴스를 메인으로 옆댕이에 미드나 영드를 곁들이면 어떨까요. 영화나 드라마 감상은 난이도에서 영미 소설을 읽는 수준과 걸맞다고 봐요. 소설은 뉴스보다 깊고 넓어요. 더 많은 어휘와 표현, 상상과 추론을 요구하지요. 소설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요.
시간이 지날수록 자체로 목적이던 영어는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해요. 그땐 독해가 독서가 되고 헤밍웨이와 제인 오스틴을 그들의 언어로 느낄 수 있어요!
이 브런치 북은 뉴스에서 시작해 소설로 마무리할까 해요.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에 대해서 매회 다룬 다음 몇 편의 책을 함께 읽어보는 순서로 목차를 짜봤어요. 이런 글은 처음 쓰는 거라 댓글로 의견을 써주면 연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의 향기 함께 느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