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유롭게 영어회화

Speaking

by 블루검 Dec 30. 2023


다음 같은 케이스가 있어요.


영어 스피킹은 누구나 가능해요.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냐 배우지 않았냐의 문제가 아니죠. 생존형 영어랄까요.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단어 몇 개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거든요. 문법이 틀렸고 문장이 아니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리딩, 라이팅은 꽝인데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살아있냐고 하겠죠. 레벨과 상관없는 스킬이에요. 잔잔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신감, 두려움, 이런 개념 자체가 없는 거죠. (무개념에 실력까지 갖췄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런 케이스도 있어요.


열심히 읽으면 들리기 시작하는 것과 달리 들린다고 해서 저절로 스피킹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렇다고 아직 말할 준비가 안된 것은 더욱 아니고요. 영어라는 과목을 공부한 지 이미 수년이에요. 단지 말문(말구멍)이 아직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글을 쓸려면 우선 몇 자라도 끄적이고 봐야 하듯이 몇 마디 말이라도 내뱉어봐야 하는데요. 일상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이 아니기에 말처럼 쉽지 않아요. 대다수 한국인에게 유일한 외국어, 영어는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하는 핫포테이토가 되어버렸어요. 정복해야 할 타겟이 된 지 오래죠.


당근케이크 레시피인데요.


달걀 밀가루 반죽에 곱게 채 썬 당근을 메인으로 베이킹파우더와 설탕을 더해 잘 섞은 다음 오븐에서 40분 구워줘요. 케이크가 완성되면 여러 등분으로 잘라 마음을 담듯 케이크뜨개로 접시에 나눠 담죠. 당근케이크를 나눠먹기 위해 우리는 케이크뜨개라는 도구를 사용하는데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언어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처럼요. 케이크 같은 한 조각의 작품이 아닌 케이크뜨개라는 도구에 언어를 빗대어 봤는데요. 우리는 소통이라는 목적을 위해 영어라는 하나의 도구를 사용해요.


읽기와 듣기는


말하기를 위한 준비단계라고 하죠. 보고 들은 게 있으니 입이 근질거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려요. Thank you, You’re welcome, Of course! 이런 기본 표현을 넘어 이젠 내 생각을 담은 온전한 문장을 구사할 단계이지요. 읽기, 듣기와 달리 말하기는 문장을 만드는 주체가 나이기에 오히려 소극적이 되기 쉬워요. 작정하고 실컷 읽고 들어도 막상 말할 때는 망설여져요. 내 말을 듣는 사람이 앞에 있어서 일까요? 자의식 과잉인지도 몰라요. 실수의 두려움보다는 아직 몸에 배지 않은 습관일지도 모르죠.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도 예스, 노, 다음에 굳이 할 말을 찾지 않았으니까요. 실수할 작정을 하고 나를 보여주었더라면 과묵했던 그 시기를 더 실속 있게 보내지 않았을까 돌이켜봐요. 나보다 상대방에 포커스를 두고 소통하고자 노력했더라면 영어뿐 아니라 관계를 넓혀가는데 플러스로 작용했을 텐데요.


* 4 Steps of Speech in Natural Approach
(1) preproduction (listening and gestures),
(2) early production (short phrases),
(3) speech emergence (long phrases and sentences),  
(4) intermediate fluency (conversation)

———
Natural Approach is based on American linguist Stephen Krashen's theory of language acquisition.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어휘가 충분해질 때까지, 문법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있나요? 우선 아는 단어만으로 말해봐요. 모르는 단어는 쉬운 단어로 풀어서 말하면 돼요. 예를 들어, I fed my cat을 I gave food to my cat으로 feed라는 단어를 give로 대체하는 식이죠. 하던 말이 막히면 화제를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나중에 원 주제로 돌아가 얘기를 이어갈 수 있어요. 대신 단조롭지 않게 감정을 넣어 말해보세요. 그러려면 틈틈이 섀도우잉과 낭독으로 발음 억양 강세에 익숙해지고요. 영어 발음은 따로 신경 써서 연습하지 않으면 저절로 향상되지 않거든요. 내 목소리와 플레이해 보세요.


질보다 양


말하기는 정확성보다 유창성, 질 보다 양에 우선을 둬요. 그때그때 생각난 것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말하기는 어려워요.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과정이니까요. 단어 숙어를 문맥 속에서 배워야 하는 것처럼 말도 생각 속에서 흘러나와야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은 해봐야 느는 게 확실해요. 열개 틀리면 열개를 고쳐 알게 돼요. 알아도 입 밖으로 내놓지 않으면 스피킹은 늘지 않겠죠.


호텔을 예약해 볼까요.


뭐라고 하더라. 열심히 외웠는데 기억이 안 나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말해 볼까나. 해놓고 아닌 것 같아 찾아보고 ‘틀렸네’ 할 필요도 없는 거지. 내 영어로 어떻게든 예약하면 되는 거야. 호텔 룸 예약하는데 정답이 어딨어.

Have you got a single room?
Do you have a twin room?
Can I book a double bed?
May I have a double bed for tomorrow?
I would like to reserve a family room.
I want to book a room.
I'd like a single room.
I’d like to book a single room.
I’d like to make a reservation.
I'd like to place a reservation.
A single room, please!
Do you have any vacant rooms for Saturday?
Can I stay there for the night of 11th Jan?
Do you have any rooms for the weekend?
Have you got any rooms available this weekend?

상황에 따라 열거하자면 수도 없죠. 뭔 말하냐고 되묻진 않을 거예요. 방을 예약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발음이 좀 틀려도 말투가 어눌해도 메일로든 전화로든 호텔 리셉션에서든 아는 단어와 문장으로 뚝딱 조합할 수 있지요.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여러 가지 표현들이 가능해요. 각자 선호하는 표현이 있을 뿐이지요.


최상의 파트너


외국에 살면서 원어민과 대화한다 해서 내 영어가 금세 달라지진 않아요. 주거니 받거니 대화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지요. 이럴 땐 어떻게 말하냐고 어디가 틀렸냐고 따로 묻는 수고 없이는, 원어민 친구 아니라 선생님이라도 대화에 집중할 뿐 틀린 곳을 고쳐주려 하지 않아요.

* Natural Approach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을 위해 문법이나 실수 교정보다 의사소통에 치중하는 언어 교수법


원어민이 아니라도 외국 친구와 자주 대화하게 되면 스피킹이 늘어요. 결과적으로 대화하는 상대보다 대화하는 행위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영어회화에 관심 있는 한국친구가 최상의 대화 파트너가 될 수 있어요. 둘 다 한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죠. 어떤 주제건 원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회화를 본격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영어가 베이스인 직장에 다니는 것인데요. 누구나 그런 직장에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친구건 가족이건 대화 상대를 정해놓고 매일 영어로만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봐요. 틀려도 괜찮아요. 틀린 걸 발견하고 고쳐나가는 과정이 중요해요. 서로 모니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아요. 평소에도 영어로 생각하고 혼잣말로 연습해 보면 훨씬 효과적이겠죠. 열심히 읽고 들으면서 스스로 고쳐보고 다시 시도해 보세요.


native or natural


전 세계 잉글리시 스피커는 원어민보다 원어민이 아닌 사람이 훨씬 많아요. 나라마다 다른 발음과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하죠. 그들은 꽤 유창하고 말의 알맹이에 집중해요. 독특한 그들의 억양을 흉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똑같이 구사할 수는 없겠죠. 흉내를 낸다는 건 나름의 매력과 개성이 있다는 말 일 테고요. 그들의 영어를 미국 영국 등의 영어와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요. 원어민을 흉내 내지 않고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데요. 영어는 누구의 언어가 아닌 사용자 모두의 언어이고 언어 그 자체일 뿐이죠.


내 영어를 만들어 가요.


좋든 싫든 잘하든 못하든 내 영어에는 나만의 것이 스며 있어요. 내 발음 억양 습관 차분함 들뜸 자주 하는 실수.. 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와요. 그땐 여전히 부끄러워하기를 멈추고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내 영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 어떨까요. 내 영어에 자부심을 가져요.




이전 03화 듣기에 자막은 없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