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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외국

Readings

by 블루검 Dec 16. 2023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1996년 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고교시절을 회상해요. ​그는 항구도시 고베에 살았는데 미해군 선원들이 중고서점에 팔고 간 미국 소설을 사 읽고 FM 라디오로 미국 음악을 들어요. 아메리카라는 판타지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며 레이먼드 카버, 레이먼드 챈들러의 (비교적 쉬운 원서) 소설을 완독해요. 그는 이런 말을 해요. “Learning another language is like becoming another person.”


자유로운 영혼이었죠? 하루키군은 이렇게 나만의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갔어요. 꽤 괜찮은 언어 습득 방법을 어린 나이에 터득한 셈이지요. 영어를 속박이 아닌 탈출구로 만들었으니까요.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미심쩍었고 영어 성적도 시원치 않았다고 회상해요.)


영어를 오랫동안 배워온 우리는 나름 자기만의 공부 방식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고 옛 방식을 고수하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노하우가 몸에 배이죠. 신문과 뉴스로 공부한 경험을 소개하며 지난주 연재를 시작했는데요, 이번 회부터는 읽기 reading부터 디테일하게 소개해보려 해요. 내용이 새롭고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글쓰기에서 습작처럼 영어도 준비 단계가 필요한데요. 망망대해까진 아니라도 눈앞에 놓인 시냇물이라도 건너려면 발 벗고 물밑에 깔린 자갈은 밟고 서야죠. 읽기와 함께 우선 영단어의 세계에 빠져 보세요. 읽기는 듣기/말하기/쓰기에 앞서는 첫 단계인만큼 시간과 정성을 들일 가치가 있는데요, 혼자서 몇 시간이고 할 수 있어요. 속도를 컨트롤할 수 없는 듣기/말하기와 달리 읽기는 한 시간을 하건 한나절을 하건 내 선택이니까요.


읽기는 여유롭게 단어들과 만나고 친해질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예요. 전치사, 관사, 가정법에서 자유로웠던 하루키군도 원서를 읽기 위해 모르는 단어를 찾느라 진땀깨나 뺐을 겁니다. 영어공부는 단어로 시작해서 단어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랄까요. 문법이니 어순이니 문장구조는 오만가지 단어(의미)를 담는 틀에 지나지 않아요. 익숙해진 틀 안에서 하나씩 의미를 찾아가야죠.

* Reading Tip
We acquire new structures and words through reading.


그래서 사전은 필수이지요. 무거운 사전을 분신처럼 지니고 다녔던 때가 있었는데요, 이제는 온라인 구글 영영사전 하나면 돼요. 발음부터 예문, 유의어, 이미지, 한국어 뜻까지 나열해요.  구글 서치하듯 ‘word’ 를 입력하거나 ‘word meaning’ 을 입력하면 구글사전으로 가요. 더없이 간편하고 유용해서 애용하고 있어요.


온라인 뉴스를 하나 골라 읽어봐요. 초면이거나 의미가 아리송한 단어가 눈에 쏠쏠히 들어와요. 일단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한 마음으로 단어 하나하나에 밑줄 긋고 의미를 찾아봐요. 컴머와 마침표도 허투루 넘기면 의미가 달라져요. 단문을 복문으로 연결하는 (that) 절과 관계대명사 that 이나 which가 익숙하지 않다면 문법책 English Grammar in Use를 살짝 참고해 봐요. that, which가 없는 문장이 드물거든요. 마음속에 되도록이면 의문이 남지 않게 꼼꼼히 의미를 파악해요. intensive reading(정독) 후에는 같은 헤드라인의 뉴스를 클릭해서 시청해 줘요. 독해하기 전과 듣기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기록해 볼까요?


아래 링크는 기사가 딸린 NBC의 최근 뉴스예요. 먼저 뉴스를 본 후 기사를 꼼꼼히 읽어요. 읽고 나서 다시 뉴스를 시청해요. 기자의 현장 리포트보다 Joe가 Bibi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해 볼까요. 아래 링크에 헤드라인도 들어있네요. 두 번째 들었을 때 몇 마디라도 더 이해했다면 성공이에요! https://www.nbcnews.com/politics/white-house/biden-warns-netanyahu-israel-losing-support-worldwide-government-must-rcna129337  ​기사 읽기와 뉴스 시청은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해요. 매일 새로운 게 뉴스라서 지겹지 않게 할 수 있지요. 오늘 잘 이해 못 해도 내일이 있으니 조급하지 않아도 되고요.


두 번째 고른 기사는 키워드 일 법한 단어만 체크하고 쭈욱 읽어 내려가요. 대략 내용만 파악하는 거죠. 시간을 절약한 만큼 다른 기사를 두어 개 더 읽을 수 있겠죠. extensive reading(다독) 후에도 역시 관련된 뉴스들을 찾아 시청해 보죠. 기사를 정독한 후에 한 듣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신문기사 읽기 초기엔 주로 정독을 추천해요. 뉴스에도 더 귀 기울이게 되고 어차피 나중엔 자연스레 다독으로 흘러가거든요. 단, 정독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은 그러려니 지나가세요. 처음부터 다 알 수는 없으니까요.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언어에는 유동적인 면이 있는지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이해되는 쪽으로 흘러가더라고요. 차고 넘치는 새로운 어휘는 Goldlist Method로 관리해 봐요. (자세한 내용은 글 하단에 있어요.)


텍스트와 오디오는 상부상조해요. 뉴스 기사와 뉴스 시청, 소설과 오디오 북이 공존하는 것처럼. 소설을 읽기 전 오디오북을 들어봐요. 읽기에 리듬과 탄력, 가속도를 줘요. 한 챕터 읽고 다시 들어보면 읽은 내용이 보강돼요. (소리 내어 읽어봐요 (녹음해서 들어봐요)) 인간 두뇌는 읽는 기능과 듣는 기능을 한 부서에서 담당한다고 해요. (자세한 정보는 촘스키나 비고츠키의 언어습득 이론을 리서치해 보세요.) 잘 읽히지 않거나 불분명한 의미에 걸려 넘어질 때면 오디오에 주파수를 맞춰봐요. 말이 글보다 원초적이라 이해에 앞서 직감을 불러일으켜 줘요.


소설이라면 유명한 판타지 해리 포터로 시작해 보는 건 어때요? 유튜브에 오디오북이 많죠. 들으면서 따라 읽거나 한 챕터씩 먼저 들어본 후 책장을 남겨봐요. 읽은 후에 다시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와요. 산책이나 운전할 때 틀어놓고 음악처럼 반복해서 들어요. https://youtu.be/Bt6FLWIFWXM?si=ePi8ibg36DgVeghA ​


우리가 영어를 읽는다는 건 우리말로 번역해서 의미를 알아간다는 말일 거예요. 우리말을 떠올리지 않고 처음부터 의미가 분명해지진 않죠. 읽을 때 번역을 생략할 수 있다면 속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텐데요. 해석 없이 눈으로 읽게 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언어습득 과정일 거예요. 서둔다고 되는 일이 아닐 테죠. 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읽어서 문장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어요. 의미는 좀 놓치더라도 해석할 시간 여유를 주지 않는 속독도 한 방편이겠죠. 영영사전을 쓰면서 한국어의 중재를 최소화해 본다면요?


원서를 읽다 번역서를 보면 원문과 느낌이 너무 달라 이게 같은 작품인가 할 때가 있어요.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서를 읽고 싶어 지죠. 한국어와 영어는 뿌리부터 너무 다른 언어라서 직역이건 의역이건 어설픈 감이 없지 않아요. 도전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골라 읽다 보면 영어와 가까워진 자신을 발견하고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될 거예요.


온라인 글이나 eBook을 종이신문이나 종이책과 번갈아 가면서 읽기를 권해요. 종이의 질감과 함께 전체 숲을 보는 안도감에 마음이 놓이고 손에 잡히는 리딩이 돼요.


영어를 읽으며 달라진 나를 발견하나요? 언어를 하나 더 가진다는 건 내 생각과 말과 글이 달라지는 경험일 거예요.



위에 언급한 구글 사전, 문법책, 단어 암기법이에요.


Google English dictionary
..
 English Grammar in Use

옆에 두고 참고할 수 있는 문법책으로 English Grammar in Use (by Raymond Murphy)를 권합니다. 구조가 심플한 산뜻한 느낌의 문법책이죠. ESL 교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교재입니다.


Goldlist Method로 어휘 늘리기
©OpenLearn 2022©OpenLearn 2022

A. 하루에 20개씩 새로운 단어(숙어)를 2주간 각 페이지에 나눠 적어요. 한번 크게 읽어보고 따로 암기할 필요는 없어요.

B. 2주 후 첫 페이지로 돌아와 A 리스트에서 뜻이 생각 안나는 단어들을 B에 적어요. A처럼 매일 2주간 해요.

C. 2주 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와 B 리스트에서 기억 안 나는 단어들을 C에 적어요. B처럼 2주간 해요.

D. 마지막 사이클 D도 같은 방법으로 해요.

처음 20개가 14개, 10개, 7개 정도로 줄어드는데 그 과정에서 장기 기억이 돼요. 매일 하면 8주 만에 280개 단어(숙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간편하고 효과 만점이니 시도해 보세요. 자세한 사항은 다음 링크 참고. https://www.open.edu/openlearn/languages/learning-languages/the-goldlist-meth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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