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검 Nov 02. 2023

장블리 병솔나무

명천 이문구 선생을 오마주로

Bottlebrush라고 우리 집에는 없는 건디  나서믄 길갓에 심심찮게 보이는 나무여. 탈없이  크고 생명력이 질어서 가로수로 각광받는  같애.  닦는 솔처럼 생겼다 해서 Bottlebrush,  병솔인디 우리 옛날에 간난이, 옹점이처럼 이름을 막지은  같은 느낌이 없지 않어. 새뜻허니 빨간 것이 이국적이고 호주를 거의 대표허는 나문디 이름이 병솔이라니  글제.  많은  셋째 딸이  헐일 다해도 존소리  듣고 푸대접 받듯기, 질기고 흔헌 나무라고 외양이니 근성이 하류는 아닐 것인디. 묘목 심근지가 엊그제 같은디 앙징맞게 여문 꽃대가리가 밤송이 몬양을 해갖고 마파람에 이리 흔들, 된바람에 저리 흔들 허므는  맘도 센치해져부러.


암튼 이름도 모르다가 구글에서 겨우 알아냈는디 담날 울 팀장 사무실에 걔 사진이 있어. 그전에도 보긴 봤는디 이름을 알고 난게 확실히 보이드랑께. 한 떨기가 확대되갖고 사진으로 작품같이 큼지막한 액자 속에, 그치만 수납장 위에, 비스듬히 놓여 있드랑게. 나는 역실로 장난치듯기 이름이 궁금헌 척 해봤어. 팀장은 한 박자도 안 쉬고 Bottlebrush, 라고 해. 옳거니 허고는 멩허니 병솔이를 응시허고 있응께, 벽에 걸어놨는디 떨어져부렀다고 덧붙여. 누구 작품인지 몰라도 이쁘게 찍어서 액자에 담은 손길이 가상허드랑게. 그래 필요 없으믄 나주라, 했드만 기다린듯기 그래 줄게, 허는 거여, 매니저한테 물어봐서. 니 방에 있는 걸 결재 받어야? 헌게 내 맘대로 못한다는 겨. 그럼 그게 매니저 것이 아닌디 매니저가 맘대로 허겠냐니까 매니저는 헌다는 거여. 아따 이번 기회에 처분허고 싶은 눈치드랑께. 병솔이가 역서도 개똥나무 취급받는 거 같어 쫌 그랬어도 준닥 헌께 괜찮했어. 근디 개똥나무는 왜 또 개똥나무랑가.


그런 나는 지난주에 돌돌 감긴 파스타 면다발 같은 애기 뱅솔을 잘라다가 꽃꽂이를 해부렀어. 리디아가 듬성듬성 꽂아분 카네이션이 시들대로 시들어 말라비틀어져서 치우고 새로 헌다는 것이 그렇게 된 거여. 이것이 야생까진 아니라도 다 큰 나무에 달렸다가 잘려서 실내로 들어오믄 금시 혼기가 가시는디, 것도 꽃망울도 안 터진 것을. 해놓고는 겁나게 미안허고 허망허고 씁쓸헌 바람이 일다가 가랑져.


인자 이름을 불러 줬은게, 나한테 와서 꽃이 됐은게, 맨나 지나침서 보게 됐은게, 뱅솔나무, 거기 항상 푸르러라 잉? 느그들 브러시 아닌 게. 무려 상록수이고 우리 동네 젤로 핫헌 가로수여. 시선강탈 느그 초록 잎삭 빨강 솔은 크리스마스트리 저리 가라여.



매거진의 이전글 맥시멀리스트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