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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검 Nov 04. 2023

당신의 개암나무


이게 깨금나무라메유?


“깨금나무가 워치게 생겼나 했더니 이냥 생겼구먼유. 보니께 나무가 미끈허질 않구 다다분허니 영 개갈 안 나게 생겼네유. 그런디 안 없애구 왜 그냥 내버려 두신댜. 밭둑에 있는 나무를 살리니께 올 적 갈 적에 걸리적거러쌓서 일허기만 망허구 들 좋더먼.”

“평생 여기 살면서두 보기는 시방이 츰이라메유. 그런 귀헌 나무를 중허게 여길 섟에 없애기는 왜 없앤대유. 냅둬유. 일허기가 망해두 내가 망헐 테니께.”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이문구. p.100)


우연히 훑어내린 한 구절에 홀딱 반해 서점을 둘러보았다. 나는 너무 오래 기다리거나 머뭇거렸나 보다. 이문구의 소설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는 오래 전부터 절판이었다. 중고라도 끼고 앉아 사전을 곁눈질해가며 하릴없이 맹렬히 독서할 밖에. 맹독 같은 그의 언어에 내 피가 이미 오염되어 돌고 있으니.


소설집에 수록된 나무 연작 중, 장이리 개암나무의 한 구절을 만만찮은 전라•경상 사투리로 고쳐 써보았다. 경상도 버전은 친구가 도와주었다. 걸쭉한 이문구의 입담이 타 지역의 방언을 입고도 그 맛이 온전할까. 소설의 맛깔난 향토색에 70년대 농촌의 농민 이야기라도 무작정 끼어들고 싶어졌다.



이게 가얌나무라메? 가얌나무가 어뜨게 는가 했드만 이리 생겼네이. 본게 나무가 매끈  허고 다닥다닥허니 원체 시원찮게 생겼네이. 근디  없애고  그냥 보고 있당가. 밭두렁께 있는 나무를 살리잔게     걸리작거러쌓서 일허기만 사납고  좋드만.”

“역서 평생 살았어도 보기는 이참이 첨이랑 게. 그런 귀헌 나무를 이뻐해야재 없애기는 왜 없앤당가. 냅두랑게. 일허기 사나와도 내가 사날랑게.”

(전라도)


“이기 귀암나무라 캤나? 귀암나무가 우찌 생깄는고 했드마는 이리 생깄는가 베. 보이 나무가 매끈 안 하고 다닥다닥 영 씨언찮게 생기뿟네. 근데 와 안 없애고 그냥 내뿌리 두노. 밭두렁에 있는 나무를 살릴라꼬 올 적 갈쩌게 걸리적거리싸서 일하기만 힘들고 안 좋그마는.”

“평생 여서 살아도 이번에 첨으로 보는 기라서. 그리 귀한 나무를 중하게 해야지 없애기는 와 없앨라카노. 내삐두라. 일하기 힘들다 캐싸도 내가 힘들고 말라칸다.”

(경상도)


“이게 개암나무라면서요? 개암나무가 어떻게 생겼나 했더니 이렇게 생겼네요. 보니까 나무가 매끈하지 않고 다닥다닥 영 시원찮게 생겼어요. 근데 안 없애고 왜 그냥 내버려 두신데요. 밭둑에 있는 나무를 살리니까 올 때나 갈 때나 걸리적거려서 일하기만 힘들고 안 좋더라고요.”

“평생 여기 살면서도 보기는 이번이 첨이에요. 그런 귀한 나무를 중하게 여겨야지 없애기는 왜 없애요? 놔둬요. 일하기 힘들어도 내가 힘들 테니까.”

(표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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