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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Jul 22. 2024

정병러 일지 09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나처럼 심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주변에 가벼운 우울을 가진 의료인들을 종종 본다. 심지어 정신과의사인 경우도 있다. 하기사 내분비내과 의사라고 당뇨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물어보면 그들도 적은 용량이긴 하지민 우울증 약을 먹을 때도 있고 수면제를 먹기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분야보다 모르는 분야에 접근하는 것을 더 어려워하는 법이다.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정신과병원의 문턱이 아직은 높은 것 같다. 정신과에 가보라는 권유를 하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주변에 힘들어하는 자들에게는 상담을 먼저 받아보라고 한다. 상담사는 나보다 전문가이니 가볍게 상담으로 해결될 문제인지 약과 병행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더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그 말에 힘이 있다. 


 정신과 병력이 이력으로 남을까 봐 보험처리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매우 드물게 있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병원 기록, 특히 정신과 기록은 보안이 철저한 문서여서 본인이 아니면 자료 열람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번의 접근이 어려워서 그렇지 정신과 문턱을 넘고 나면 그다음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오밀조밀 앉아 있는 진료 대기실은 여느 내과 의원과 다르지 않다. 진료 의사도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한 마디로 나를 미친놈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마음이 편해진다. 


 감기 걸리면 감기약 타러 가듯 마음이 아플 때는 정신과를 가면 좋겠다. 혼자 해결하려면 병을 키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혼자서 갈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난 범위에 있다면 옆의 사람들이 설득해서 데리고 가야 한다. 마음의 치료를 위한 앰뷸런스가 필요한 순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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