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6일 브런치 작가 심사에 통과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네 번째 도전이었다. 가슴이 뛰었고 더 좋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여러 번 브런치 작가 심사에 떨어졌던 만큼 글을 올릴 때 나름 신중을 기했다. 3수 만에 합격했으니까. 무려 '작가님! 축하합니다'란 소리를 들었으니까 말이다.
두 번째 글을 브런치에 올렸을 때 휴대폰이 심상치 않게 떨렸다. 조회수가 1000을 넘었습니다. 2000, 3000...
어디엔가 내 글이 떠있는 모양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관심에 도대체 어디에 내 글이 소개된 것인지 찾아봤다.찾을 수는 없었다.그렇게 조회수 7000을 넘긴 후에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이 글은 사실 브런치에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은 아니었다. 나는 삶의 마지막,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했는데 브런치를 둘러보고 인기 있을 만한 글을 올린 거였다. 이런 조회수 폭발은 두어 번 더 있었는데 한 번은 40,000 조회수를 넘기기도 했다.
https://brunch.co.kr/@jw72ko/78 (빈 김치통을 안고 울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내 글을 많이 봐준 것은 더없이 기뻤지만 그뿐이라는 것이었다. 구독자 수가 소폭 늘어난 것은 기쁜 일이었다.
이후로 글을 올리고 난 후 자꾸만 조회수에 신경 쓰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연재하던 LOST STORY를꾸준하게 응원해주던 소수의 구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나는 조회수나 구독자 수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 편 정도 글을 올렸다. 제7회 브런치 북 공모에 도전을 했고 혹시 심사하는 출판사에서 내 글을 읽어주기만 한다면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무모한 확신도 가졌다. 그런데 브런치 북 심사발표가 예상되는 날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는 거였다. 이럴 수가. 내 글을 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다 읽어본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후 처음 보는 알림이 떴다.
출간 제의라는 제목이 붙은 알람이었다. 지난해크리스마스 며칠 전의 일이었다.
출간 제의를 한 곳은 7회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참가한 출판사였다. 편집장님은 정중했고 제안서는 내 글을 존중해주는 문장들로 가득했다. 나는 제안 메일의 마지막 문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 작가님! 오늘은 최고로 기쁘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날 정말로 기뻤다. 최고로.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은 후 1월 22일 나는 직접 출판사를 방문했다.나이트 근무가 끝난 날, 아침이었는데 나는 원주에서 파주까지 기쁜 마음으로 향했다.
편집장님과 담당 편집부 과장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만나기로 한 주간님은 참석을 못했는데 박완서 선생님의 기일을 잊고 있다가 서둘러 간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계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출간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계약서에 선인세가 있는데 3백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첫 출간 작가에겐 이례적인 금액이라고 했다. 나를 많이 배려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브런치 북에 공모한 2,800 편의 글을 읽었다고 했다. 물론 브런치 북마다 몇 편의 글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브런치의 색깔과 내 글은 많이 달랐다. 브런치 앱을 열면 보이는 글들과 내가 쓰는 글들의 차이를 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브런치를 떠나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럼에도 출판사에서는 내 글을 선택해주었다는 것에 고마운마음이 들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을 잠시 멈췄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하는 나의 능력 때문이다. 원고 제출과 수정에 대한 계획은 이미 나와있다. 나는 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출간이 예정된 달은 올해 6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