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OST STORY2

누구를 위한 밥인가

할머니 曰, 너도 늙어봐라

by 고재욱

요양원 식단은 네 가지 찬에 국, 그리고 밥이다. 당뇨를 앓는 분들이 많아서 잡곡이 섞였다. 매번 빠지지 않는 김치를 제외하면 세 종류의 반찬이 끼니마다 바뀐다.

밥은 일반식과 다진식, 죽 종류로 나눈다. 일반식은 자르지 않은 찬이고 다진식은 말 그대로 반찬을 잘게 다져놓은 것이다. 눈으로는 그 본질을 알 수 없다. 죽을 믹서기에 간 미음과 밥을 끓인 것을 통틀어서 죽이라고 부른다.


매번 바꾸는 식단으로 여러 종류의 음식을 준비한다. 한 달 배식을 알리는 표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반찬이 올라있다. 그럴싸하다. 나는 요양원 세 곳에서 일해왔고 실습이나 견학으로 대여섯 곳의 요양원을 방문했다. 다들 멋진 식단표를 내걸고 있다.

보호자가 요양원을 선택할 때 식사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아주 세심한 보호자들은 금세 눈치를 차리겠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말했다.

"와우! 식사가 잘 나오네요."


치매 노인들은 간혹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분도 계시지만 대다수 노인들은 적은 양의 식사를 한다. 움직임이 많지 않아서인데,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다가-한 시간이나 삼십 분 정도의 프로그램을 제외한- 끼니마다 밥을 먹는 일이 어디 쉬울까. 끼적거리거나 음식을 남기는 일이 태반이다.


위에서 보호자가 말한 내용이 틀린 말은 아니다. 요양원의 식사 품질은 우수하다. 마블링이 활짝 핀 한우를 제공하거나 고소한 냄새가 오르는 잡채, 부드러운 동태전, 갓 따온 듯한 제철 나물이 식판을 장식한다.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있다. 이러한 식사가 유독 점심시간뿐이라는 거다. 거기에 이런 일은 일반식을 드시거나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치매 노인에게만 유리한 식단이다.


요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요양원 한 끼 식비는 2500원에서 3000원 정도이다. 하루 두 번의 간식비는 1000원 정도. 수준 높은 한 끼를 기대하기엔 조금 저렴하지 않을까. 노인들의 식사량이 많지 않은 걸 감안하더라도.

보호자가 보이는 반응도 여러 가지인데, 대부분은 적정하다고 느끼는 듯도 싶다. 최소한으로 잡았을 때 한 달 225,000원의 부모님 식비에 "그렇게나 많이 들어요?" 되묻는 보호자가 있기도 하고!!


사람들이 입소 상담을 위해 요양원을 찾는 시간은 대개 점심 때다. 내 엄마가- 혹은 아빠가, 어쩌면 남편이, 아내가, 아들이, 딸이- 어떤 식사를 할 건지 보기도 할 겸 식사 시간에 방문한다. 2,500원 비용으로 네모 난 식판을 그럴싸하게 꾸미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점심 메뉴를 본 보호자의 상당수가 만족한 표정이었다.

"와, 식사가 정말 잘 나오네요."

"그럼요! 우리는 내 가족처럼 모시거든요."


벌써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차렸을 테다. 그럼 아침과 저녁은?

나는 수학을 무척 싫어하지만 수학적인 제시를 해보겠다. 산순가? -우측으로 갈수록 형편이 나빠진다.

점심 > 저녁 > 아침.

일반식 점심 > 일반식 저녁 > 일반식 아침 > 의사 표현을 하는 분의 다진식 > 말없는 치매 노인의 다진식> 죽= 아침, 저녁, 점심 구분 없음. - 산수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복잡해진다. 흠!)

요양원에서 점심 식사를 가장 다양하고 화려하게 제공할 때가 있다.

외부 공연자(봉사자)가 함께 하는 점심 > 외부인이 없는 점심 > 저녁 > 아침.


변명의 여지는 있다. 일할 인원과 비용이 부족하다는 거다. 요양원의 아침 식사 시간은 매우 이른 시간이다. 06시 30분 정도에 시작된다. 시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이른 식사는 그만큼이나 빠른 저녁식사 시간 때문이다. 17:00가 요양원 대부분의 저녁식사 시간이다. 야간 근무 때 마지막 기저귀 케어를 04:30분이나 05:00부터 시작하기에 어르신들은 반 강제적 새벽 기상을 해야 한다.

이 시간에 출근하는 주방 직원이 없는 시설이 허다하고-요양보호사가 주방에 들어가서 죽을 쑤고 반찬을 담는다- 있다고 한들 제대로 된 인원이 있을 리 없다. 아침에 제공하는 반찬인 김가루, 무말랭이 등 이런저런 반찬들은 태반이 기성 제품이 많다- 어떤 삶의 현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성을 들이는 시설이 있을 것이나 보기 드물다. - 아침 식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녁도 같은 이유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요양원에서 내가 직접 목격한 바로는, 그곳에서 아침에 제공하는 죽은 끓인 흰 밥에 간장이 다였다. 반찬은 없었다. 관계자가 말했다.

"아침이라 어르신들도 드시기 편할 거예요."

아주 비현실적인 말은 아니다. 아직 잠도 깨지 않은 어르신들은 죽을 깨끗이 비우셨으니까- 그분들은 13시간 이상 공복이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몇몇 식판에는 죽과 함께 반찬이 제공되었는데, 한 직원은 말없이 흰 죽에 반찬을 몽땅 넣었다.

그가 말했다.

"반찬을 골고루 드시지 않아서요."

"........."

이 요양원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최우수 등급의 요양원이었다.


요양원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수가가() 터무니없이 적어서 직원수를 늘리기가 어렵다고 하고, 과도한 요양원 경쟁 때문에 식비를 올릴 수도 없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적당한 금액을 제공했으니 요양원 이윤을 줄이라고 한다. 두 고래의 갈등에 상처 입는 것은 새우인데, 치매 노인은 새우처럼 구부린 채 잠을 청하고 요양보호사는 부서진 새우가 되어 요양원을 떠난다.


아침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에 어르신께 죽을 드리다 말고 나는 할머니께 여쭤봤다.

"어르신, 반찬이 마땅찮아서.... 맛이 없지요?"

어르신이 말했다. 작은 목소리지만 나무람이 담겨있다.

"맛있다고 먹고 맛없다고 안 먹나? 있으면 먹고 없으면 못 먹지. 음식은 가려먹는 게 아니야!"


음식을 가려 먹기는커녕 배불리 먹을 수도 없던 시절을 살아온 할머니는 죽 반 사발에 김 가루와 다진 김치와 본모습을 잃은 무말랭이를 아침식사로 드시고 침대에 누우셨다. 점심때가 되면 다시 죽과 이런저런 제 모습을 잃은 반찬을 드실 것이다. 그러면 나는 수저 한 번을 올릴 때마다 반찬 이름을 크게 외칠 것이다. 모양이 망가진 반찬이 할머니의 머릿속에서 제 형체를 찾기 바라면서. 할머니의 잊힌 입맛이 조금이라도 돌아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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