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앙칼진 목소리가 조용한 요양원을 흔든다. 소리의 진원지는 새벽 미사 방송을 시청하는 식당 안이었다. 천주교단 소속의 요양원이어서 몇몇 신자들을 위해 새벽 미사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한 터였다.
현장은 처참했다. 한 할머니가 휠체어와 함께 바닥에 넘어져 있다. 반듯하게 누운 자세로 두 다리를 허공에 올렸다. 누운 상태로도 손가락 하나를 세운 손을 허공에 찔러댄다. 다른 할머니는 넘어진 상대에게 등을 돌렸다. 그녀는 방송 중인 미사를 보면서 묵주를 돌린다.
마리아여, 우리를 위해 빌어주소서~ 마리아의 기도문이 흐른다.
아마도 사소한 시비였을 것이다. 치매라는 병은 참을성을 사라지게 했다. 욕구는 당장에 채워져야 한다. 불만족은 대부분 폭력적인 성향으로 나타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간혹 계시지만. 왜 치매로 나타나는 병적 현상은 극명하게 나뉘는 걸까?
당연한 일이지만 요양원에 입소하기 전에,우리는 어르신에 대한 정보 파악을 한다. 치매 진단 후의 증상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치매를 앓기 전의 정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왜냐하면 평소의 성격과 기질, 습관을 치매가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평소몸에 밴 버릇은 발병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더 증폭되어 확실하게 병임을 드러낼 뿐이다. 수백 명의 치매 환자를 보며 절실하게 드는 생각이 있다. 평소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 긍정적인 사고를 몸에 익혀야 한다는 것. 느긋한 마음과 읽고 쓰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것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이 습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치매조차도 어쩌지 못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