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아침에

by 고재욱

가난이 배경이었던 시절에는

보리밥 김치 한쪽에 만족했고

무릎 덧댄 낡은 바지에 즐거웠고

병아리 소리 나는 흰 고무신이 정겨웠고

사람을 가까웁게

사랑을 사랑답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었는데,

흰머리 중년으로 살아보니

그 무엇이란 것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던 가난이었음을

나는 알았다.


가난해서 사람이 소중했고

가난하니까 서로를 아꼈고

가난해서 모두

한 곳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나는 알겠다.


가난하지 않게 된 지금,

나는 가난이 배경이 되었던 시절에,

작은 아이와 눈 장난과 젊은 엄마와 어린 누이를 떠올리는 것인데,

눈이 무정하게 내리는 아침에

나는 그 가난과 부드럽게 나렸던 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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