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배경이었던 시절에는
보리밥 김치 한쪽에 만족했고
무릎 덧댄 낡은 바지에 즐거웠고
병아리 소리 나는 흰 고무신이 정겨웠고
사람을 가까웁게
사랑을 사랑답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었는데,
흰머리 중년으로 살아보니
그 무엇이란 것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던 가난이었음을
나는 알았다.
가난해서 사람이 소중했고
가난하니까 서로를 아꼈고
가난해서 모두
한 곳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나는 알겠다.
가난하지 않게 된 지금,
나는 가난이 배경이 되었던 시절에,
작은 아이와 눈 장난과 젊은 엄마와 어린 누이를 떠올리는 것인데,
눈이 무정하게 내리는 아침에
나는 그 가난과 부드럽게 나렸던 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