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저녁
산 그림자 따라 부엉이 소리 들려오면
골목길 숨었던 아이는
엄마 목소리에 잡혀 집으로 돌아갔다
매서운 엄마 입술과 달리
조심스러운 손길은 어디에도 없을 봄바람으로
하루의 짓궂은 흔적을 씻어내던 저녁,
봄꽃 같은 엄마의 눈동자 속에서
덩치 큰 아이와 맞선 무용담과
마을 입구에 매인 검은 짐승을 놀린 일들
끝도 없이 떠들어도
엄마는 눈빛 한번 흔들리지 않고
동그란 미소 안에
어린 배우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세상 유일한 감독이었는데
주인공의 자리가 빛날수록
엄마는 객석으로 밀려났고
이제는 찾을 수 없는 어둠이 되어버린 저녁,
맥 놓고 흐려진 엄마의 눈 속에서
무정한 걸음으로 이제야 잡아보는 거친 손에
목울대를 넘어오는 뜨거움이 꺽꺽 흔들릴 때
엄마는 눈 한번 맞추지 못하고
하얗게 웃고 있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은
다 큰 아들이 떠올리는 그 저녁,
다시 돌아가고픈 어떤 저녁
(커버 사진: giani,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