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행복한가요?

by Jade

1박 2일 평창 송어축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행히 내비에 안내된 시간대로 오후 다섯 시에는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가까워 올 수록 산책을 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틀 동안 많이 먹었던 탓도 있고, 지난 이주 동안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들과 함께 있느라 혼자 산책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아, 산책을 하고 싶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건, 안락한 침대에 몸을 누이는 게 아니라 차가운 공기를 폐에 가득 채우며 걷는 것이다. 집 근처에서 먼저 차에서 내려 혼자 산책로로 걸어갔다.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걷다가 중간중간 발길을 멈췄다. 아기 오리들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다 인기척을 느끼고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에 눈길을 빼앗겼다. 황량한 겨울 산책로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것들이 숨겨져 있다니!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감질맛이 나서, 한 바퀴 더 돌고 싶었다. 그러면 발바닥까지 뻐근함이 느껴지며 이제 됐다, 그런 만족감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집에서 밥을 기다리는 남편과 아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돌아가는 발걸음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를 걸으며 가슴 가득 들어찬 차가운 공기가 부풀어 오른 것인지, 가슴이 벅찰 정도로 설레는 감정이 올라왔다. 이건 분명 행복이다. 나는 지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행복에 취해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생각했다.

불행의 조건은 아주 다양하고 많지만, 어쩌면 행복의 조건은 단순할지도 모른다고.


첫째, 불행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한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불행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 중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 반드시 행복할 것이라는 가정은 경험적으로 틀렸음을 우리 모두 안다. 행복의 조건,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의 조건으로만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일 수도 있고 형편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나의 조건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조금 객관화를 해보자면 수도권의 한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3인 가족으로, 가난하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부유하다고도 볼 수 없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 삶은 하루하루가 평온하다. 잔파도가 매일매일 감정의 기복을 만들지만 다행히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만한 격랑이 찾아오지 않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이 것은 아주 큰 축복임에 틀림없지만, 그 자체로 행복이 되진 않았다. 특히 가슴 뛰게 행복한 일상은 가만히 기다린다고 찾아오진 않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설탕 한 스푼이 더 필요한 법이다. 나에게는 그게 산책이다. 헬스장에서 러닝 머신 위를 걸으면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 시계만 자꾸 쳐다보는데, 밖에 나와 걸으면 마냥 행복하다. 벅찬 행복이 산소처럼 세포 하나하나에 전달되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행복하다는 말이 툭 터져 나온다.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불행하지 않을 정도의 재산을 모으고,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종종 물어본다.


"오늘도 행복했어?"

"언제 가장 행복했어?"


아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복 주머니가 풍요로워지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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