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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죽음에게

by Jade

‘누구든 결국에는 죽는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일은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이 말만큼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삶의 어디쯤, 어느 골목에 죽음이라는 복병이 숨어있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 순간이 언제 내게 찾아올지 알 수가 없을 뿐이지 언젠가는 모두에게 찾아온다. 이왕이면 조금만 더 늦게 오기를 바랄 뿐이다.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푹 빠져 보다가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손을 뻗쳤다.

몇 주 동안 밤마다 눈물범벅이 되었다.

괜히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며

내 몸 어딘가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복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까.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갓난아이에게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앞둔 행복한 신부에게도

걷는 것조차 힘든 노인에게도

죽음은 찾아간다.


소아외과 장면이 나올 때면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생후 6개월 아이가 심장을 기증받아 가까스로 죽음을 피해 가는 장면이 있다. 오열하며 행복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함께 안도하다가 문득 공여자의 부모를 떠올렸다. 이제 고작 11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이를 생각하자니 마음이 먹먹했다.

아이가 태어나 건강하게 어른으로 자라는 일은 참으로 기적이다.

지금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엄마가 하라는 건 따박 따박 말대답하며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해서 화를 돋우다가도

‘엄마 좋아.’라며 품으로 달려드는 이 모든 순간이 축복이다.

부디 내 아들이 평범한 보통의 나날을 오래오래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어디 가서 자랑할만한 인생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아들이 살면서 힘들 때 마다 찾아와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가급적 오래오래 내 아들 옆에 있어주고 싶다고, 제발 꼭 들어달라고 기도한다. 그래서 소원을 빌 기회가 있을때마다, 다른 소원을 빌면 행여 부정탈까봐, 무조건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빈다.

아이가 갑상선 호르몬 저하증이라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남편과 나는 감사했다.

죽을 병이 아니라 약 먹으면 관리가 되는 병이라 다행이라고, 이 정도는 큰일도 아니라고. 성장 검사하러 갔다가 우연히 운 좋게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나이를 먹을수록 장기하와 얼굴들의 ’ 별일 없이 산다.‘의 가사가 진리라는 걸 깨닫는다.

인생 별 거 없다.

별 일 없이 하루하루 사는 게 기적이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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