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개원이란 2명 이상의 의사가 보조인력과 시설을 공유하고 같은 건물 내에서 진료하는 형태를 말한다. 프랜차이즈는 단독개원의 변형이고, 직영 프랜차이즈는 공동개원의 변형이다. 공동개원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병원의 재정과 안정성, 생존, 네트워크 구축 등에 큰 매력이 있다. 진료시간 및 영역의 확대가 쉽고,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분과 진료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의사결정권자가 한명 이상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어려움, 성격차이, 관계의 악화, 이익분담 등이 그 이유다.
의료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원장들은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공동개원의 일반화가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고 10여년 동안 병원을 운영해온 개업의가 봉직의들을 많이 고용하는 패턴 역시 점점 일반화될 것이다. 대형화와 네트워크는 개원가에서 채택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공동개원은 잘만하면 무조건 덕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공동개원! 과연 어떠한 것들을 심도있게 생각해봐야 할까?
1) 소통의 갭을 극복해라
어떤 병원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왜 함께 해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공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문제는 함께하는 그 순간부터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뜻과 실리로 움직인다. 그래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잘 조율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협력과 소통을 통해 이 난관을 잘 풀어나가야 한다. 이 문제는 개개인의 능력이나 진료능력보다도 중요하다. 함께하기 전에 어떠한 기준으로 수익을 분배할 것인지, 언제까지 이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병원에 남길 유보금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다수의 원장들이 친분이 있는 사람과 개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잘 알수록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 친분이 있다면 소통의 난관이 더 극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서로 친분이 있다면 뭔가에 대해 말을 불쑥 꺼내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상대방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특히 남들에게 객관적이고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성향이라면 공동개원과는 거리감이 좀 있다고 판단된다. 서로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기본적인 사고를 가지고 상대를 배려할 때 되려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공동개원을 했다면, 친분이 공동개원의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성공적인 공동개원을 위해서는 소통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병원의 비전, 향후계획과 같은 미래상이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 최소한 1년에 한번은 원장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미가 있는 연초나 연말에 특히 향후사업계획 등을 논의할 때 같이 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공동원장 사이에 나이가 같지 않다면, 보통 아랫사람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윗사람이 경청을 해주는 것이 기본이나, 생각보다 나이의 갭은 잘 극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공동개원을 하고 보통 3년 정도가 지나면 초기의 목적을 1차적으로 달성하게 된다. 이 때, 다시 새로운 목표를 정해 합의하지 않으면 갈등이 시작된다. 공동개원은 연 단위의 계약결혼과 같다. 함께하는 목표와 이유가 다르다면 공동개원은 당연히 실패한다. 상대가 파트너로 적합한지 초반에 반드시 먼저 점검하고 파트너십을 진행해야 한다. 막연하게 성격이 좋아 보인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상대의 리더십을 맹신해선 안 된다. 배려심, 책임감, 타인존중, 조직을 위한 희생 등의 요소를 지닌 사람인지 심사숙고해서 함께할 사람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2) 1/n 투자방식! 비극의 씨앗이다
어떤 학술대회의 통계에 따르면 균등투자, 소위 ‘1/n’이라고 불리는 투자방식을 무려 81%가 공동개원 시 택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익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형태도 64%라고 한다. 물론 이 수치는 대략 5년 전의 통계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수의 원장들이 공동개원 시에 1/n제도를 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이 시스템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1/n제도는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시스템이 아니다. 기여도가 다른데 같은 보상을 받는다면 어느 누가 좋아할 수 있을까? 기여요소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도 돌아오는 수익이 항상 1/n이라면, 공산주의국가의 쌀 배급 방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더 노력해서 많은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유인책이 전혀 없는 셈이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때 대응이 쉽지 않아진다. 그러다보니 이견이 없도록 새로운 것을 개진하기 보다는 예전의 것을 그대로 다시 하게 되는 경향이 짙어진다. 즉, 도전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봐야 할 보완책은 무엇인가? 균등하게 1/n로 지분을 투자해 개원을 했다고 해도, 개인별 급여는 개인의 매출이나 기여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수익을 세분화시켜 지분수익과 기여수익으로 쪼개고, 지분수익을 1/n로 배분하되 기여수익은 개개인의 이익기여율을 감안하여 분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의사결정 구조는 1/n이 되어서는 안 된다. 원장이 기여하는 분야를 다르게 하여, 예를 들어 경영원장과 진료원장 이런 식으로 파트를 분리해 의사결정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합의는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먼저 각자가 생각하는 기준을 얘기하고, 합의를 통해 조정하여 기준을 정한다. 기준이 세팅되면 각 기준마다 가중치를 정하는데 이 역시 합의로 결정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각자가 합의된 기준을 성과를 통해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3) ‘잘 되도 문제, 안 되도 문제‘ 딜레마를 극복하라
처음부터 공동개원을 선택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형편이 넉넉지는 않은 데 개원을 무척 하고 싶거나 해야만 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면,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자금조달방법을 동원해보고 택하는 최후의 방법이다. 공동개원을 했는데 병원이 잘 안 되면 문제지만, 잘 돌아가도 문제다. 일단 잘 되면 사람들은 욕심에 눈이 먼다. 그래서 많은 수익을 집으로 당장 가져가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여러 곳에 돈이 들어갈 일이 많고, 일정 수준의 금액은 병원에 놔둬야 한다.
병원에는 필요한 자금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이를 유보금이라고 한다. 유보금이 남아있어야, 병원에 필요한 기기를 새로 장만하거나 인테리어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병원자금이 없다면 개인의 자산을 끌어와서 사야 한다. 어차피 그 돈이 그 돈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효율적인 병원의 운영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배정과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철저한 예산제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큰 틀 내에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세부적인 배정과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계획을 세워야 장기적인 투자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예산계획안이 있어야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알면 돈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병원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투자는 적시에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어 있어야 하기에 유보금은 병원의 경영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병원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지분을 갖는다면 병원이 경영상으로 안정될 때 까지는 어려움이 많다. 그 동안 일어나는 손해를 감수해야 되기 때문이다. 때론 지분을 가졌다는 이유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병원에 지분을 투자하자마자 그 다음 달부터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대주주는 절대지분이 많아서 자신의 수익에서 지출을 제외해도 충분한 금액이 남는다. 대주주라면 보통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집도 있고, 건물을 소유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병원의 수익이 일정 궤도에 안착하면, 소액 투자자들과 나누기보다는 그것을 보통 재투자하는 쪽을 선호한다.
소액지분자와의 입장은 확연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제 자본을 좀 모아서 집도 마련하고 아이들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데, 대주주가 조금만 더 인내하고 재투자하자고 하면 썩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투자하지 않으면 나가야하는 분위기라 뭐라고 반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두면 원금을 상환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 자신이 열심히 투자해온 것이 증발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아깝다.
공동개원을 시도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작게 시작을 해서, 나중에 확장하는 것이 훨씬 낫다. 처음부터 그럴듯하게 크게 개원을 해버리면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것을 제때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 공동개원을 하면 주도하는 사람과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도권을 놓고 마찰을 빚게 되는데, 병원의 손실을 어떻게 메우느냐를 놓고 갈등이 깊어질 수도 있다. 동업자와 각종 혼잡한 일로, 매일 마주치며 얼굴을 붉히는 것만큼 지옥도 없을 것이다. 동업하면 종종 죽기 살기로 일해도 본인만 고생하고 힘든 것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누군가와 동업을 하는데, 상대방만 열심히 일하기를 바란다면 그 결과가 바람직할 수 있을까? 본인이 더 편하고자 동업을 한다는 것은 큰 모순이고, 그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의사결정과 지분배분이 확실하게 한쪽으로 쏠리는 형태의 공동개원이 추천된다. 무조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합리적인 동업관계이고 상부상조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시스템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버리는 것이 좋겠다.
★작은 실천팁★
1. 동업을 고려중이라면 상대가 함께 할 만한 책임감있는 사람인지, 동업 시작 전에 반드시 파악을
해야 한다. 친분이 있다고 공동개원 시 맹신한다면 큰 오산이다.
2. 이제 1/n 투자방식은 없다고 생각하라. 기여수익은 개개인의 객관적인 공헌도를 감안하여
분배하는 것이 좋다.
3. 의사결정과 지분배분이 확실하게 한쪽으로 쏠리는 형태의 공동개원이 병원을 좀 더 수월하게 경영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