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갈치 Dec 15. 2020

골치아픈 개원! 또 생각하고 또 준비하라.

      주위를 보면 개원할 때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그저 남들 하는 대로의 관성에 따라 경영하는 것을 본다. 그러고 수개월이 지나고 자기병원의 운영방식과 맞지 않아 고전하게 된다. 그러다가 전단지를 유포하면 좀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으로 사람을 구해 배포하기 시작한다. 과연 1000장 정도를 배포하면 몇 명 정도의 고객이 유치될까? 그리고 마트, 버스,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가 효과적일까? 첫 번째 질문의 답은 10명 미만, 두 번째 질문의 답은 효과가 미약하거나 거의 없고, 특히 개원초기라면 더더욱 효과가 없다.      


     그러면 개원초기부터 병원이 잘 되는 것은 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것은, 원장이 광고를 생각할 정도로 병원 경영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대체적으로 원장들이 진료에만 관심을 가지고 경영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잘되는 것이다. 개원초기에 병원의 문제를 나중에 병원이 자리 잡히면 서서히 하나씩 고쳐나가면 되겠지 하는 식의 사고는 위험하다. 개원은 병원을 차별적으로 인식시키는 중요한 시작이라는 것을 모든 직원들과 공유하고, 이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 최근 점점 병원의 수가 많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욱더 살얼음판이 되어가는 개원가! 이 상황에서 원장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멘탈을 잡아나가야 할까?     

   



1) 초기에는 본전만 찾는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개원 후 첫 몇 달은 이익은 커녕 갑자기 지출만 무섭게 많아진다. 병원관련대출 및 이자, 건물 임대료, 직원월급 및 직원관련 지출, 의료기기 리스, 재료비 등등. 소위, 원장은 숨만 쉬는데 대략 천만원 이상의 돈이 고정비용으로 나가게 된다.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다. 여기저기 손실나는 것이 두려워서 재료비, 직원관련 지출을 구두쇠처럼 아끼지 말자. 병원의 평판이 어느 정도 형성될 때까지는, 적어도 6개월은 본전만 찾는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사실, 첫 6개월 동안 본전만 뽑아도 매우 훌륭한 성과다. 그러한 자세가 일단 좋은 병원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그렇게 초기를 잘 버티면, 고객 한 명이 두 명을, 두 명이 네 명을 데리고 오면서 조금씩 구환들이 쌓여나가게 된다. 그 중 몇 사람이라도 충성고객, 소위 단골이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처음부터 손실을 내지 않으려고 움츠러드는 경영을 할 것이 아니라, 손실이 나더라도 제대로 승부해보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그래야 원장의 경영실력이 붙고, 좋은 평판 역시 생기게 된다. 무리를 해서 무조건 많은 자금을 투자하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마이너스가 많아지면서 마음이 타들어가고 망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면 애초에 개원을 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덤핑을 하고, 반값으로 운영하는 그런 의료 서비스는 한번 시작하면 이제 그만두지 못한다고 불안해하는 원장들이 많다. 하지만 개원 바로 초기에는 그러한 방법이 일시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 고객과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이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고객수가 막 늘어나기 시작할 때 적당한 시기를 살펴 그만두는 것이 좋다. 물론, 병원에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충성고객이 찾아와 몇 년 전에는 이런 치료가 거의 반값 아니었나하고 물어볼 때, 그 때는 고객님들 없어서 거의 파리날릴정도였죠 같은 유머있는 대화를 자연스레 나눌 수 있는 고객이 생겨난다면 그야말로 최고다. 개원 초기의 힘든 시절부터 병원의 성장과 함께해 준 그런 고객과의 관계는 지속해야 한다. 특히, 병원이 바쁠 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많은 병원들이 이 대목에서 고객을 많이 잃기 때문이다. 바쁠 때 일수록 고객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걸어줘야 한다. 이러한 간단한 서비스로 초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병원의 평판은 지구가 무너지더라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일이 없을 것 같다.      

2) 몇 푼 더 내더라도 강한 상권으로 진출해라

     수천만원의 비싼 임대료를 내고도 이익이 남는다면 다행 중 다행이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다. 경기는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있고, 비급여 진료과목들도 수가변동이 거의 없다. 물가상승과 인건비를 고려할 때, 대부분 의료기관의 주머니 사정은 절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주위에 보면 임대료가 높은 곳, 강남주변 지역을 유독 고집하는 원장들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상권과 입지 혜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소득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유동인구가 많다고, 그것이 좋은 입지의 장점을 부각시켜 주는 것이 아니다. 접근성과 가시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것이 제일 중요한 key 포인트다. 보험진료를 중심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작은 상권에 개원해 그저 동네 입소문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러한 곳은 일단 투자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손해볼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원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설령, 어느 정도 운영이 된다하더라도 성장을 고려할 때 잠재력이 미비하다.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려면 입지와 상권이 모두 중요하다. 물론 주의할 점이 많다. 신축된 아파트나 주택 주변의 클리닉 전문 빌딩에 진출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특히, 본인이 최초라면 더더욱 많은 주의를 요한다. 클리닉 빌딩은 보통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 여러 진료과목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치과를 왔다가 내과도 들르고 안과에 들렀다가 피부과도 들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클리닉 빌딩의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미비하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면, 이미 많은 수의 고객을 확보해 놓은 인근의 병원이 이 건물로 이전하는 경우다. 특히, 하루 평균 내원고객이 많은 내과가 클리닉 빌딩으로 이전한다면 개업하는 다른 과 의원들이 덕을 볼 수도 있겠다. 병원만 있는 건물은 저녁시간만 되면 모두 문을 닫기에 유령 건물이 되기 쉽다. 그래서 슈퍼, 화장품, 학원, 은행, 편의점 등이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는 건물보다 접근성과 가시성이 떨어진다. 보통, 사람들은 의료적인 볼일 외에  건물을 오가며 상가 내의 병원과 해당 진료과목을 인지하게 되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상권은 흐르는 물과 같다. 고객들은 누구나 강한 상권으로 발길을 내딛는다. 개원을 해서 어느 정도 충성고객을 확보했는데, 높은 임대료가 큰 부담이 되면 이전을 계획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이다. 특정 상가 내에 2-3군데의 병원, 예를 들어 내과나 성형외과가 잘되고 있는 상권을 찾아 옮기는 것을 고려해보자. 고객들은 이미 상권 내에 잘하고 만족스런 병원이 있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갈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내원한 김에 주위에 또 어떤 병원이 있는지 둘러보게 되고, 그러면서 그러한 고객들의 발길을 잡으며 고객을 쌓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본인의 형편에 맞는 입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두 곳 이상의 이익과 손실을 따져봤을 때 큰 차이가 없다면, 좀 더 강한 상권으로 진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 보자.  


3) 병원의 장수비결은 진료의 퀄리티다

     요즘과 달리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병원에 신환이 오면, 상담에만 집중하기 위해 내원 첫날은 진료를 하지 않는 병원이 꽤 있었다. 그 대신 고객들의 치료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신환프로토콜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곤 했다. 그러나 많은 수의 고객들이 첫 날 진료를 받지 않고 돌아가면 그 뒤로 대부분 내원하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너무 아프고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은 자기들의 입장만 고려한 채 그들의 불편을 아무것도 해소해주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내원 첫날 무조건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 상담만 받고 가려는 고객에게, 치과라면 사소한 스켈링 하나라도 권유해서 받게 하자. 적은금액이라도 치료비가 일단 지불된 이상, 고객과의 관계가 시작된 것이기에 다시 내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객의 질환이 잘 치료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병원이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성공하기가 힘들다. 음식도 결국 맛이 없다면, 주위의 경쟁 레스토랑에 밀려 문 닫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진료의 퀄리티가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다. 고객이 가진 불편감을 하루 빨리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의사들은 보통 자신의 임상실력을 누구에게 평가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고객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는 원장이 오케이하면 뭐든 이루어지는 구조다. 병원의 성공 여부가 입지, 마케팅, 자금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의료서비스 그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비스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점검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장실에 꽂혀있는 책들에는 먼지가 쌓이기 마련이다. 한 동안 병원경영에 빠져 바빠서 보지 못했던 교과서도 다시 집어 들어야 한다. 고객의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동료 의사들에게 묻고 본인의 진찰 태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스스로 고객을 대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도 보고 분석하면서,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향후 10-20년을 내다보는 혜안이다.     



     

      개원해서 병원을 경영하다보면 정말 괴로워 미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이 이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 힘들다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떠올려보고, 고객이 기뻐하고 감사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본인이 좋아서,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는 걸 상기하는 순간 고통도 금방 잊게 될 것이다. 그리고 틈틈이 타병원들의 노하우를 보며 배워야 한다. 본인의 지인 중에 분명히 배우고 싶은 경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기업에서도 제대로 흉내낼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가진 분 말이다. 지인의 병원을 보고 자기 병원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수시로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나라면 그 지인의 병원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이미지화 하는 사고도 필요하다. 잘되는 병원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그것을 보고도 찾아내지 못한다면 잘 되는 병원의 경영자가 될 자격도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병원으로 모실 수 있을까를 수시로 고민하라.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다른 산업에 빗대어 해답을 생각해보라. 반드시 잘되는 병원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원장도 이젠 지식창업자가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찾아 전진해야 한다. 그들에겐 그러한 개척자정신이 있다. 성실하고 부지런히 살되, 획일화를 탈피하고 자기만의 길을 열어가는 병원을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             


★작은 실천팁★                    

1.개원초기 손실이 두렵다고 움츠리지 말자. 손실이 좀 나더라도 제대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2. 자금이 조금 더 들더라도 가능하면 강한 상권으로 진출해야 한다. 

3. 기본으로 돌아가자. 병원은 치료를 잘해서 고객들의 불편감을 없애주는 곳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이전 13화 빅데이터에서 똘똘한 스몰데이터를 얻어내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