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다. 하루 산책(冊) 백서른여섯 번째

10월 12일 송악산 모니터링

by 나비할망

하늘도, 바람도, 풀꽃마저도 이미 가을이거늘 기온만은 끝내 여름을 붙잡고 있습니다. 억새 너머로 보이는 산방산과 형제섬의 낯빛도 더위에 지쳐있는 듯 보이네요. 가을은 언제 오려는지......


며칠 전 “송악산은 약 3천800년 전 얕은 바다에서 화산이 폭발해 그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화산쇄설퇴적층으로 이뤄져 있어 무너지기 쉬운 구조를 가졌다”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실린 기사에서 송악산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 ‘낙석 주의’ 간판과 출입 금지 라인이 잇따라 서 있네요. 얇은 지층이 켜켜이 쌓여 수천 년 동안 견뎌냈을 바닷바람을 상상하면 ‘쉽게 무너질 것만 같은 구조’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외부 자극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상태라면 탐방객의 발길을 줄이는 것도 해답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과연 어떤 안전 대책이 나올지 궁금해지네요.


출입 금지 방지책 기둥 역할을 하는 왕모람, 작은 잎 모양의 열매들이 달그락거리는 느릅나무, 바닷바람을 피하듯 땅에 납작 엎드려 피어난 순비기나무, 거친 용암 바위를 움켜쥔 이고들빼기, 절벽 가장자리 나뭇가지를 넘나드는 방울새, 그리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길 없는 나그네 나비인 남방오색나비 등, 송악산의 주인공들은 산이 무너진다는 소식에도 아랑곳없이 마치 작년 가을 오늘과 다르지 않게 여유롭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우리 인간의 시간만 위태로울 뿐입니다.


#남방부전나비 #남방오색나비 #느릅나무 #방울새 #순비기나무 #여우콩 #왕모람 #이고들빼기 #줄점팔랑나비와산박하 #큰비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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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녀은무늬밤나방은 영국의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밤이 일찍 찾아오기 시작하면 이들은 남쪽으로 날아갈 것이다. 무려 7억여 마리의 나방이 영국해협을 건너 대륙으로 돌아간다. 아주 작은 생물이기 때문에 그저 바람에 휩쓸려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은 보통 지상에서 100미터 이상의 고도까지 날아올라 공기의 흐름이 남쪽으로 향하는 것을 느끼면 이동을 시작한다. 바람이 정확히 남쪽으로 불지는 않으므로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 그들은 내재된 나침반을 이용해 비행경로를 조정한다. 바람을 등지고 날면 시속 40~50킬로미터로 날아갈 수 있다.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는 밤에는 600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할 수 있으며, 3일 밤 만에 지중해에 도착할 수 있다. 무게가 고작 빗방울 정도인 곤충이 말이다.

-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팀 블랙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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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부전나비 DSC_8502.jpg
남방오색나비 DSC_8492.jpg
느릅나무 열매 DSC_8464.jpg
방울새 DSC_8433.jpg
순비기나무 꽃 DSC_8505.jpg
여우콩 DSC_8458.jpg
왕모람 DSC_8488.jpg
이고들빼기 DSC_8511.jpg
줄점팔랑나비  산박하  DSC_8509.jpg
큰비쑥 DSC_846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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