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다랑쉬오름 모니터링
비록 색이 바래 있었지만, 오름 입구에 놓인 생태안내판이 새삼스레 반갑습니다. 사진 한쪽에 풀꽃과 새, 버섯들의 이름도 같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안내판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아끈다랑쉬오름 위를 유유히 활공하는 매에게 모니터링을 시작하겠노라고 눈짓하고, ‘칙칙’ 거리는 섬휘파람새 소리(Call)를 들으며 과연 오늘은 어떤 자연 친구를 만나게 될까 기대하며 계단을 오릅니다.
오름 동쪽 아랫마을에는 하얀 물결의 메밀밭과 노랗게 익어가는 콩밭이 가을이 무르익고 있음을 전해줍니다. 촉촉한 공기 너머로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네요. 시선을 앞으로 옮겨오니 아끈다랑쉬 사면에서 수상한 낌새가 보여 잠시 염탐해 보기로 합니다. 마치 경작을 준비하듯 가로줄이 선명하고 인공 조형물도 간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설마 불법으로 손을 댄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스칩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되어 갈색으로 변한 곰솔도 그렇고, 두 달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오름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네요.
오름 남서사면으로 넓게 펼쳐진 곶자왈 한가운데에는 세화‧송당 온천개발을 준비했던 흔적인 직선 도로가 여전히 뚜렷합니다. 오랜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무려 삼십여 년을 끌던 개발 사업은 결국 물거품이 되었지요. 터파기 공사와 구획 정리를 했던 공간은 이제 서서히 곶자왈로 천이되고 있습니다. 곶자왈의 진정한 경관적 가치는 “평지숲”에 있습니다. 흔히 숲이라 하면 산을 떠올리곤 하지만 제주의 숲, 즉 곶자왈은 다릅니다. 헉헉대지 않고도 걸을 수 있는 숲, 심지어 일부 숲은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리 없이 숲길을 걸을 때도 좋지만 오름에 올라 곶자왈을 내려다보면 그 진가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토록 독보적인 풍경이 또 있을까요. 온천과는 맞바꿀 수 없는, 돈으로는 결코 환산할 수 없는 자유로운 생명체입니다.
때까치, 밭종다리, 섬휘파람새, 노랑턱멧새, 직박구리 등 새들의 합창은 끊이지 않는데 나비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네요. 대신 바늘엉겅퀴, 야고, 절굿대, 구름체꽃, 수리취, 큰꿩의다리, 섬잔대, 흰바디나물 등 가을 야생화와 푸르른 가을 곶자왈로 위안을 얻는 조용하고도 풍요로운 가을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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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의 일부로서 무기 물질과는 구분되는 생명체의 대표적 속성을 생각해 보면, 우선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가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다양성과 더불어 본능에 의하건 의지에 의하건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자유로움’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생명체의 특징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양성의 근간이 되는 ‘개체고유성(individuality)’과 개방성(openness)‘이다. 또한 생명체의 이러한 대표적인 두 특성은 내부에서 발아되기에 분리되어 생각될 수 없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
-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 안성두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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