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할망의 관찰 일지 – 올레10-1코스

2025년 11월 21일 가파도올레

by 나비할망

느리게 걸어도 두 시간이면 족한 10-1코스는 4.2km 남짓한 짧은 길이지만,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개성 넘치는 갯내음이 은은히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대한민국 유인도 중 가장 낮은 섬, 가파도에는 땅과 가까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밭담, 산담, 심지어 산담 하나 없는 봉분도 스스럼없이 시야에 들어오고, 바람을 막아내며 버티고 있는 곰솔림은 누운 듯, 앉은 듯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해안가의 동글동글한 돌과 바위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이름표를 달고 있고, 바닷물에 부딪히며 들려오는 달그락거림은 오래된 이야기처럼 귓속으로 잔잔히 이어집니다. 영락없이 바람 많고 돌 많은 섬입니다.


작고 낮은 이 섬에서도 바람의 결은 북쪽과 남쪽이 사뭇 다릅니다. 멀리 눈 쌓인 한라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었던 북쪽 해안과 달리, 섬 남쪽에는 한결 온순하고 따뜻한 바람이 스며 있습니다. 덕분에 작게 모여 있는 감국꽃과 바람에 한들거리는 억새 군락, 계절을 잊은 남방부전나비, 작은멋쟁이나비, 네발나비, 배추흰나비 등이 갯쑥부쟁이에 사뿐사뿐 앉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예년에 비해 유난히 온기 가득한 11월이라지만, ‘섬 남쪽 섬의 남쪽’은 그 온기 더 짙어 실유카의 꽃과 나비들의 느긋한 공존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노랗게 빛나던 유채꽃, 초록 물결이 일렁이던 청보리, 바람에 흔들리며 환하게 피었던 코스모스. 섬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걸으면, 양쪽으로 펼쳐진 텅 빈 밭이 지난 계절의 풍요를 떠올리게 합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해국을 만났을 텐데, 조금 늦게 왔더라면 감국 향기에 한껏 취해 작은 섬의 가을을 더 오래 품을 수 있었을 텐데.... 짜장면 한그릇으로도 달래지지 않는 아쉬움은 돌아가는 뱃길 뒤로 잔잔한 물보라를 그리며 흩어집니다.

#올레10_1 #가파도 #갯쑥부쟁이 #남방부전나비 #실유카 #작은멋쟁이나비 #제주꼬마팔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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