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한 대기업 이름이 경제지 헤드라인에 연일 나옵니다. 누구한테 거대 항공기업이 팔려나가는지 보다, 이 회사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사하는 바는 짧게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과도한 대출은 금물. ..몇 가지 생각해볼 만한 포인트들이 있어 가져와봤습니다. 우선 약간의 이해를 위해 2년 전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이 기업의 17년, 18년 재무 상황 팩트체크를 하면서 공통점 하나, 차이점 하나씩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017년 재무 상황]
1년 장사로 6조 6천억 매출을 올렸다. 직원 월급 등 각종 비용을 쓰고도 2400억을(영업이익) 남겼다. 대출은 약 4조 원으로 가진 돈에 비해 6배 정도 많았지만, 장사가 괜찮았고 부수입도 있어서 1년간 번 돈으로 대출이자 내고도 최종 2600억을 남겼다.
[2018년 재무 상황]
작년보다 더 벌었다. 매출 7조. 그런데 유가가 올라서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280억. 작년에 비해 1/10 수준이 된 거다.(88% 감소). 대출이자와 세금 등 비용을 쓰고 나니 최종 1900억 적자. 게다가 대출 계획에서 발목 잡혔다. 차입금도 많은데 영업실적이 안 좋아지자 1조가 넘는 돈을 상환 해야 했기 때문이다. 빡빡한 현금 흐름에 대출 상환 요청까지 재무 상황에 빨간불이 점멸되기 시작한다.
상장 대기업 재무 현황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다 보니 약간 무리한 측면도 있지만 문맥을 이해하시는데 불편함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17.18년 공통점. 찾으셨는지요?
공통점 : 빚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빚의 내용도 좋지 않았다는 것.
이 대기업은 부채비율이 600%로 과다한 상태였죠. 시중은행에서 더 이상 대출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자 이자율이 높은 회사채, 자산유동화사채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자산유동화사채"란 장래 발생하는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미리 현금을 가져다 쓰는 걸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다음 달 월급을 이번 달에 미리 당겨 받는 겁니다. 가불이라고 하죠. 상장 대기업이 가불을 하면서 돌려 막기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중은행에서 회사채로 그리고 유동화사채까지. 상환 부담이 점점 높아지는 곳으로 밀려나다가, 결국 자금줄이 막혀 막다른 골목에 온 것이고요
한편, 차이점은 현금흐름입니다. 다행히도 17년에는 돈을 잘 벌어서 과도한 부채비율에도 이자 내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18년에는 유가상승이라는 변수로 이익이 줄고 돈도 못 벌면서 대출 상환 압박까지. 19년 올해에도 1조 이상 대출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는 빚의 늪에 더욱 빠지게 된 것이죠. 현금 부족과 대출 상환 압박. 흔히 말하는 유동성 위기가 한꺼번에 그리고 예측 못하게 온 것입니다.
유가 전망은 항공 회사 수익 달성에 핵심 중에 핵심이죠. 그래서 유가상승 리스크를 감안한 사업 계획을 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유가를 보수적으로 77불까지 오를 것으로 봤습니다(18년 사업보고서 ). 그러나 현실은 85.4불까지 상승, 이것이 수익성 악화 트리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명석한 사람들이 모여서 전략을 짜도 계획한 대로 돌아가지는 않는가 봅니다. 누가 사드 한파가 올 줄 알았겠습니까.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으로 중국 관광객 수요가 급감할 줄 알았겠습니까. 위기는 전혀 예상치 않는 상황에서 오는 것. 예측이 가능하면 그건 위기가 아니겠죠.
한 회사를 사례로 들었지만 빚을 대하는 태도에 개인과 기업 간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과도한 대출은 금물이며, 감당 가능한 빚만 내는 것이 현명합니다. 통상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치가 있는데 가구당 소득에 원리금 상환액이 30%가 넘지 않는 빚의 수준이라면 적당하다고 본다는 것이죠.
그러나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고정수입이 아닌 사업하는 사람은 상환 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어 좀 더 빚을 내도 됩니다. 그리고 남보다 은퇴가 늦어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종이면 상환기간을 늘려 매월 상환 부담을 줄이면서 빚을 더 받아도 됩니다. 남들이 말하는 수치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내 집 마련 모기지를 계획하는 분이 많으실 줄 압니다. 지금 같은 상승 보합기에 내 집 마련을 전제로 빚을 내는 경우라면 집값이 오를 지역보다는 하락기에 덜떨어질 지역과 단지를 골라 빚을 내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이 덜 할 걸로 생각합니다. 그래야 향후 예측하지 못한 위기가 왔을 때, 그것이 금리 인상이건, 부동산 폭락이건, 경제 위기 이건, 혹은 이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더라도 위 대기업처럼 버티지 못하고 한방에 주저 앉을 가능성은 줄어들 것입니다.
※ 유동성에 위기에 빠지지 않는 Tips.
- 평소 신용등급 관리로 1금융권 신용대출 자격을 갖춘다.
- 마이너스 통장은 예비용으로 남겨둔다.
- 일순간 급전이 필요할 때, 카드론/현금서비스는 사용하되, 바로 갚는다.
- 아무리 급전이 필요해도 보험 해지는 삼간다. 대신 약관대출 사용. (필요한 보함만 남겨뒀다는 전제하에)
- 지인이 보증을 서 달라면 거절하던지 혹은 돌려받을 생각하지 말고 돈으로 준다.
- 평소에 끌어모을 수 있는 현금이 얼마인지 점검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