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줘서 고마워

by JW

초등학생 이후로 우리 삼 남매는 오래 함께 지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오빠와 언니가 유독 애틋하다.

오랜만에 만나면 마음이 설레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오빠는 어릴 적 유학 생활로 인해 해외에서 지냈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타지의 기숙학교로 떠났다.

언니 역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나는 사실상 외동처럼 자랐다.

그래서 오빠나 언니가 집에 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마음이 들떴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셋이 함께 해외여행도 다니고, 서울에서 함께 지내며 더 가까워졌다.

그때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 시절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차곡차곡 메워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우리 사이는 여느 형제자매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오빠와 언니는 나를 동생이 아니라 딸처럼 대했다.

잘못된 길로 가는 것 같으면 단호하게 잡아주었고, 자신들의 것을 아껴서 나를 챙겨주었다.

그런 사랑 속에서 나는 깊이 행복했고, 그래서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랑을 받을수록 마음 한 편에 알 수 없는 빚이 쌓였다. 그들에게 받은 만큼 나도 돌려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 수입의 3배에서 10배 정도 차이 나게 버는 그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도, 이미 그들은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마음은 늘 '받기만 하는 사람'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출산을 했다. 사진 속에서만 보던 어릴 적 언니의 얼굴이 조카를 통해 겹쳐 보였다.

그 순간, 묘하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빠와 언니가 내게 주었던 그 사랑을 갚을 길은, 그 사랑을 조카에게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일을 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이 아니면 조카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과감히 쉼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일을 쉬고 있다는 핑계로 조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어떠한 날보다 더 값진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는 매일 형부가 퇴근하기 전까지 엄마, 언니와 함께 조카를 돌본다. 그 시간이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다.

행복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조카를 돌보는 행복 그리고 덕분에 우리 모녀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끼는 행복은 다른 어떤 행복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

하루하루 마음이 벅차고, 살아있음이 더욱 감사하다.


내 사랑하는 조카 No.1, 그리고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나의 조카들아.

너희의 아빠인 나의 오빠가, 너희의 엄마인 나의 언니가 내게 준 사랑을, 나는 너희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어.


태어나줘서 고맙고,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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