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것이 되기까지

by JW

길을 걷다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평일, 어중간한 시간대.

그래서였을까.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 더 좋았다.


차분하고 정적인 공기.

어느 계절의 중간쯤에 와 있는 듯한, 묘한 고요함이 마음에 들었다.


카페 구석구석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했던 녹차라테가 나왔다.

그런데 잔 아래, 조심스럽게 접힌 종이 한 장이 함께 놓여 있었다.

말없이 내려두고 간 그 종이에는 짧은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감정이 마음을 건드렸다.

그 종이에 담긴 '느림의 온도'가 내 안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시 한 편 읽으며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 편에 늘 깔려 있던 조급함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20대의 나의 삶은 조급함으로 가득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봄은 오겠지."

스스로 수없이 속삭였지만, 내 마음속 계절은 늘 겨울이었다.


자꾸만 달렸고, 넘어졌고, 또 일어나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기만 했다.

내 안의 조급함은 씨앗을 찢어 꽃을 피우라 다그쳤고, 그렇게 피어난 건 기쁨이 아닌 눈물이었으며, 향기가 아니라 독기였고, 빛이 아니라 어둠이었다.

조급함이 만든 건, 내가 꿈꾸던 미래가 아니라 깊게 남은 상처였다.


그렇게 방황하던 어느 날, 책을 읽다 내 눈길을 사로잡는 문장을 발견했다.



동연이가 두 살 때 함께 장난감 가게에 간 일이 있다. 동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두 팔로 꼭 움켜쥔 채 가게를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장난감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계산대에 올려 바코드 판독기를 통과시켜야 했다. 그래서 점원이 동연이의 팔에서 장난감을 넘겨받으려고 했을 때, 동연이는 울며 장난감을 꼭 쥔 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장난감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잠시 계산대에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내려놓음_이용규>

'진정한 자기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이 문장은 내 마음 깊숙한 곳을 울렸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길이 막히기도 하고, 순조로워 보이던 일이 갑자기 틀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이 길이 진짜 나의 길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이 꼭 필요한 '통과의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나는 여러 번 '멈춰야 할 순간들'을 마주했다.

그럴 때마다, 뒤처질까 두려워 애써 외면하고 달려가기만 했다.

돌아보면, 그 멈춤이야말로 진짜 나의 길로 향하는 이정표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급함은 나를 늘 '지금 당장'의 방향으로만 밀어붙였다.


요즘의 나는, 이루고 싶은 일을 위해 마주한 또 하나의 과정 속에 있다.

이번만큼은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기꺼이 멈춰보고, 돌아가 보려 한다.


조금 돌아간다 해도, 어쩌면 그 길 끝엔 내가 그토록 원했던 삶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잠시 계산대에 올려두는 이 선택이 결국엔 나에게 가장 깊은 온기를 안겨줄 거라 오늘은 믿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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