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늘 완벽을 추구해왔다. 완벽해지기 전에는 실행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하나둘씩 목표했던 일들이 허무하게 무산되곤 했다. 시작을 하다가도 계획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목표는 흐려지기 시작했고 "이럴 바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라는 말로 도전을 멈추곤 했다.
작은 일부터 큰 목표까지, 완벽을 추구하다 놓쳐버린 기억들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선명하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목표 세 가지는 그렇게 완벽주의라는 이름 아래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고, 그 이후로는 어떤 것도 쉽게 꿈꾸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그때는 포기한 순간의 해방감이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찝찝함과 무기력함은, 결국 나를 한심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앞서 쓴 에세이에서도 말했듯, 내 20대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았다. 늘 더 나은 삶을 꿈꿨고, 어떻게 보면 그것 역시 '완벽한 인생'을 바라는 내 성향의 연장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겉보기에 나는 충분히 괜찮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안에는 항상 '더 나은 나'를 향한 갈망이 있었고, 매번 완벽한 계획을 세우며 그 욕구를 달래 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계획조차도 강박에 가까운 완벽주의가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강박은 모든 것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이제는 이런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다짐은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내 안의 완벽주의를 깨기 위한 작고도 절실한 몸부림 중 하나일지 모른다.
예전 같았으면, 완벽한 글을 쓰기 전까지 글을 올리는 일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나는 '작가가 아니면, 적어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어야 글을 올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글을 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선 이것저것 배우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여겼다. 아니면, 평소에 글을 자주 써온 재능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앞뒤 생각 없이 무작정 첫 글을 올려본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완벽할 필요는 없구나."
글을 잘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글 속에 '나'가 담겨 있다면 그게 좋은 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완벽을 깨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고, 앞으로도 나답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쩌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뜻밖에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