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대로, 서른은 멋지다

by JW

"난 내 30대가 기대돼. 왠지 엄청 멋질 것 같아."
20대의 나는 이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불안해서였을까. 아니면, 현실을 감추고 싶어서였을까.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고 남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을 지 몰라도, 나는 내 모습이 늘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였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기암시를 걸었다.
'지금은 이래도, 30대의 나는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올해, 나는 서른한 살이 되었다. 물론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스물아홉 살이라며, 20대라고 말씀하신다. 아마 막내딸이 어느덧 30대가 되었다는 현실을 조금은 천천히 받아들이고 싶으신 듯하다. 법적으로도 내 나이는 스물아홉 살이 맞으니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내 나이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도 여간 어색한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내 20대는 빛나는 날도 있었지만 그만큼 어두운 시간도 많았다. 특히 진로 문제 앞에서는 반복되는 좌절을 겪었다. 지금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의 난, 학교에서 쓰는 일기장엔 하루 일과를 쓰기보다는 시를 더 자주 썼고, 글쓰기 대회에서는 대상을 받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소설을 쓰기도 했다. 친한친구들에게 내가 쓴 소설을 보여주면 재밌다는 말을 들었고, 후편을 더 써달라는 친구도 있었다. 그 말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이후, 나는 글에서 점점 멀어졌다. 입시 때문이었다. 그때의 나에겐 글을 쓰는 시간은 낭비였고 글쓰는 시간 대신 수학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렇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난 글대신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더 느꼈고 그럴수록 이과과목의 성적은 점점 올라가며 그렇게 전형적인 이과생이 되어갔다. 그리고 이과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했고 난 그게 나에게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모든 것이 잘 맞춰진 듯했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왜일까? 뭐가 문제지?'
분명 충분히 만족스러워야 할 삶이었지만 늘 마음 한켠엔 불만족을 느꼈다. 답답한 마음과 함께 그때부터 더 나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더 나은 곳을 가도 내 마음은 똑같을 것 같았다.

그렇게 수많은 시도와 좌절 끝에, 나는 쉼을 선택했다. 쉬는 동안 나에 대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답답한 마음을 안고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마주했다. '그래. 난 글을 좋아했지. 글 쓸 때 행복했지.'
비로소 그때부터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해소되지 않았던 무언가가 해소되기 시작했다. '이거였구나.'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글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기에, 이 쉼 끝에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겠지만 이제는 글쓰기를 미뤄두지 않고 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는 비로소 완전한 내가 될 것 같다.

결국 난 20대 내내 끊임없이 꿈꾸었던 '기대되는 30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습관처럼 그말을 내뱉었을 땐, 분명 이런 결과를 예측하진 못했다. 그때의 나는 약사가 되어있거나, 미국에서 멋지게 일하고 있는 자신을 상상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상상을 넘어 더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누리고 있다. 그것은 아마 진정한 나다움을 찾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내가 수없이 되내었던 그 말 그대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30대의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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