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버려지는 것들의 집합소
'고물상'

by 십이월의봄날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잠들어있던 고물상 마당에 최소한의 조명이 켜진다.

아직 잠에서 덜깬 얼굴로 마당에 나와 하루 종일 고물을 실어 나를 1톤 화물차에 시동을 걸고 차가운 얼음물이 가득 담긴 텀블러를 챙긴 남편이 운전석에 오른다.

남들보다 조금 부지런히 움직여야 길에 버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뿐인가? 아무래도 수거해야 할 건물들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각종 민원과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있어 남편은 조금 힘들더라도 새벽 수거를 원칙으로 거래처를 뚫어갔다.

친정 부모님이 30년 넘게 운영하시던 고물상을 우리가 물려받아 시작한 지 15년 차,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사기)를 겪고 이제야 겨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큰아들에게 일곱 살, 다섯 살 두 동생을 맡겨 두고 자정부터 나와 부지런히 움직여 해가 떨어질 때 퇴근했다.

정신없이 일 만했던 세월이 지나고 어느덧 큰 아이가 올해 대학에 입학했고 고1 둘째와 축구선수를 꿈꾸며 정식 학생 선수로 뛰고 있는 막둥이까지 고물상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났다.



어둠을 뚫고 햇살이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파란색 수레를 천천히 끌며 들어오는 할아버지가 우리 고물상의 첫 손님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반드시 하루에 서너번 동네 구석구석에 버려지는 폐지들을 모아오신다. 양이 많지 않지만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나게 부지런하시고 성실하신 분. 그 어르신을 시작으로 수많은 트럭들과 동네의 어르신들이 쉼 없이 찾아오신다.

각각의 사연이 가득 담긴 낡고 해진 고물들을 차에, 수레에 가득 싣고.

그렇게 모인 물건들을 종류별로 선별할 때 보면 생각보다 멀쩡한 물건들이 많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버려지는 아이템들에도 유행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고물상’이라고 하면 어둡고 더러운 이미지만 떠올릴 테지만 생각보다 더럽지 않다는 사실.

요즘에야 자원을 재활용하고 버려지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인식이 커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 직업을 물어봤을 때 “작은 고물상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두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 3D_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업종으로 분류되니까.

사시사철 야외에서 주로 힘들게 몸을 움직여야만 수입으로 이어지는 고된 직업이지만, 정직하게 나의 노력이 곧 수입이라는 결과로 정직하게 들어오니 그만큼 안정적이다.

시기에 따라 계절의 특수성에 따라 고물들의 단가가 수시로 변동되지만, 그에 따라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된다. 그래서 괜찮다.

주변 젊은 고물상 사장님은 누군가 직업을 물어보면 “<자원순환사업>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 고물상 한다고 했을 때보다 조금 다른 시선을 보내온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작게 고물상 하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낡고 버려지는 온갖 잡다한 것들의 최종 목적지이지만, 여기서는 <끝>이 아닌 새로운 쓰임을 위해 선별되어 다시 태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마당에 쌓이는 고물들과 나도 그만큼 자부심을 품고 살아야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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