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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하 Jan 19. 2021

로마 . 그곳에 소매치기는 없었다

이탈리아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왔으니, 
언젠가 다시 로마를 찾게 될까요?
아~ 그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로마(Roma, Rome)를 둘러볼 계획을 세우면서 여러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로마를 직접 경험한 여행자들의 경험담(블로그)을 읽으면서, 로마에서는 어떤 곳을 가봐야 하는지, 이동 경로는 어떻게 짜는 것이 효율적인지, 괜찮은 식당은 어디인지 등을 살펴보는 과정은 꽤나 흥분되는 일이었죠.


그런데 여러 글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주의사항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매치기'에 관한 얘기였죠. 로마역 주변과 시내 관광지에 소매치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얼마나 순식간에 물건을 훔쳐가는지, 특히나 조심해야 할 장소가 어디인지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아~ 로마에는 소매치기가 진짜 많나 보다."


소매치기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신체적으로)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베트남 호찌민시티에서 겪은 일이죠. 대낮에 한가로이 길을 가다가 '알리바바'(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 소매치기를 알리바바라 하더군요)를 당했는데, 그때 넘어지면서 팔꿈치가 왕창 까지는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2인조 오토바이 소매치기단은 보통 이렇게 구성되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1인과 먹잇감이 되는 가방, 카메라, 휴대폰을 낚아채는 1인. 그날 나는 오른쪽 어깨에 작은 여행용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가방을 크로스로 메지 않고 그냥 일자로 메고 길을 걸어가는 중이었습니다(무슨 겉멋이 들어 선글라스까지 쓰고 그렇게 걸어 다닌 것인지...).


모든 일은 한순간에 일어납니다. 갑자기 오른쪽 방향에서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어깨 위 가방이 몸에서 쓱 빠져나가려는 순간, 나는 본능에 따라 그 가방 줄을 잡았습니다. 오토바이가 이끄는 힘에 의해 내 몸은 앞으로 다이빙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내가 줄을 얼마나 세게 잡았었는지 가방을 지킬 수는 있었습니다. 그 대신 오른쪽 팔꿈치에는 오백 원짜리 동전 두 배 정도 되는 제법 큰 상처가 생겼습니다.


생살이 길바닥에 끌리면서 살 껍질이 벗겨진 것이죠. 지금도 그 상처는 내 팔꿈치에 흉터로 남아 가끔 그날의 아찔한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이후로는, 어디를 가든 가방을 꼭 크로스로 메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런 아픔을 경험한 나로서는, 소매치기에 관한 얘기가 당연히 주의 깊게 다가왔습니다.


드디어 로마로 입성하는 날이 밝았습니다. 거대한 예술품처럼 보이는 밀라노 찬트랄레역(Stazione Milano Centrale)에서 빨간색 고속기차를 타면 두 시간 반 만에 로마 테르미니역(Stazione Roma Termini)에 도착합니다. 로마에서 묵을 호텔은 다행히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호텔까지 가는 길이 소매치기 출몰지역이라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친구와 정신줄을 꽉 잡고, 한 걸을 한 걸음 호텔로 옮겨가는 길에서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무사히 도착한 호텔에서 짐을 풀고 로마 시내 구경을 위해 나섭니다. 그 유명하다는, 콜로세오(콜로세움, Colosseo, Colosseum), 스페인광장(Piazza di Spagn), 트레비분수(Fontana di Trevi)를 차례로 만나기 위해서.


처음으로 만나는 콜로세오(콜로세움), 그동안 사진이나 방송 등을 통해 수도 없이 많이 봐와서 인지 실제 콜로세오의 모습은 의외로 담담하게 다가옵니다. 저 건물을 지은 지 천 년 가까이 되었다는 사실, 저 콜로세오 일부를 뚝 떼다가 어느 건물의 자재로 썼다는 사실 등 그동안 책과 다큐에서 보고 들었던 얘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모든 여행자들이 그러하듯이, 콜로세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습니다. 파란 하늘과 그 아래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콜로세오와 들뜬 모습의 사람들과 약간 상기된 표정의 내가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한 장의 인생사진을 만들어 냅니다.

콜로세오

다음 목적지인 스페인광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직접 가서 보면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데, 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이곳이 바로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온 그곳이라는데, 정작 나는 그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는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Okeanos)’가 센터를 지키고 있는 트레비분수에도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동전도 던지면서 다들 각자의 추억을 만들기에 바빠 보입니다.

스페인 광장

다행히도 오늘 다녀온 로마의 대표 관광지에 소매치기는 없었습니다. 콜로세오에는 총을 멘 무장군인이 근무를 하고 있었고, 스페인광장과 트레비분수에는 경찰관 여러 명이 상주하면서 경계를 하고 있었죠. 그것이 테러 때문인지, 소매치기로부터 관광객을 보호하려고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아마도 전자인 것으로), 아무튼 그곳에 소매치기는 없었습니다.

트레비 분수

그나저나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왔으니, 언젠가 다시 로마를 찾게 될까요? 그때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로마 이곳저곳을 찾아다닐 수 있겠죠? 아~ 그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 에피소드 주제곡 ♫    

▶︎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OST- Moon River // Audrey Hepburn
▶︎ https://youtu.be/0BfUDyvdTSE
▶︎ <Moon River>는 오드리 헵번의 또 다른 대표작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OST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홀리(오드리 헵번의 극 중 이름)가 창가에 앉아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장면으로 유명하죠. 미국 영화음악계의 대부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이 노래는 오랜 세월 동안 정말 많은 가수와 연주자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고 있습니다.
로마 - <로마의 휴일> - 오드리 헵번 - <티파니에서 아침을> - <Moon River>로 이어지는 연상 작용. <Moon River>가 오늘의 주제가가 된 이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버전의 <Moon River>들이 머릿속에서 고요히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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