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감정이 쌓여 전달되는 수단으로써의 명품은
인간 사이를 보다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보온재가 아닐까?
유럽 여행은 여행자들에게 있어 많은 메리트가 있습니다. 정말 가보고 싶은 역사 유적지가 많고, 누구라도 미술학도로 변신하는 유명 미술관이 있고, 식도락을 위한 다양한 원조 맛집들이 있습니다. 또한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유명 아웃렛이죠. 특히 우리가 명품이라 일컫는 제품들이 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합니다.
이탈리아는 그런 의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러 명품들의 고향이 이탈리아이기 때문이죠. 그 유명한 PRADA, 프라다 로고를 유심히 보면 PRADA 글자 밑에 조금 작게 쓰여 있는 도시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밀라노(Milano, Milan)입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거대 상업도시이자 세계 패션의 중심지입니다. 프라다와 아르마니, 발렌티노와 베르사체 같은 브랜드의 본사가 있고,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밀라노 패션위크가 일 년에 두 번 열리고 있죠.
이 도시를 찾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들러야 할 쇼핑 명소가 있습니다. 밀라노에는 명품 아웃렛이 꽤 여러 곳 있지만 그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세라발레 디자이너 아웃렛(Serravalle Designer Outlet)’으로 갑니다.
세라발레 아웃렛으로 가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은 셔틀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 밀라노 역 앞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초겨울의 아침 공기를 뚫고 거리로 나섭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쌀쌀함, 다행히 가까운 곳에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카페가 있어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온몸에 열기를 불어넣습니다.
2층 구조의 빨간색 셔틀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 아웃렛에 도착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로 인해 온몸에는 서늘함이 살짝 감돕니다. 쇼핑을 하기에 그리 훌륭한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은 이탈리아의 명품 아웃렛, 입구부터 등장하는 여러 유명 브랜드 탓에 쇼핑 전투력이 마구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아웃렛 전체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브랜드들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가볍게 아웃렛 내부를 돌아봅니다. 우리나라의 아웃렛들이 대체로 2층이나 3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것에 반해 이곳 아웃렛의 주요 건물들은 모두 1층 구조라서 시각적으로 더 아담하고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서양 속담 중에 “Time flies”라는 것이 있죠. 그 속담이 이런 상황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웃렛 안에서의 시간은 모든 물리 법칙을 뛰어넘을 만큼 빠르게 지나갑니다. 잠시 둘러보았을 뿐인데 시간은 벌써 4시.
살까 말까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습니다. 셔틀버스는 오후 5시 정해진 시각에 출발하기에 어떻게든 그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합니다. 마지막 찬스를 살리기 위한 쇼핑객들의 몸짓은 더욱 바빠지고, 오늘의 미션을 마친 쇼핑객들의 양손은 각종 수확물로 가득합니다.
올 때는 저마다 가벼운 손으로 오지만 갈 때는 두 손 무겁게 떠나는 곳. 아웃렛에서 얻는 것이 단지 명품 가방과 옷과 신발뿐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내리는 소중한 상, 그간 진정으로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특별한 선물. 그 상을 받는 기쁨, 그 선물을 전하는 정성. 그런 감정이 쌓여 전달되는 수단으로써의 명품은 인간 사이를 보다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보온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명품 아웃렛의 또 다른 효용이 오늘따라 의미하게 다가옵니다.
♫ 에피소드 주제곡 ♫
▶︎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 The Whole Nine Yards // Ryo Yoshimata
▶︎ https://youtu.be/f8ZlsB28TZ0
▶︎ 밀라노와 피렌체를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 이야기기 다룬 영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영화 속 배경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던 기억. 바로 <냉정과 열정 사이(Calmi Cuori Appassionati)>입니다. 피렌체 두오모 앞에서 주인공 남녀가 재회하는 장면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준세이와 아오이, 그들의 러브 스토리는 요시마타 료의 OST로 더욱 빛이 나는 듯합니다. 영화를 빛낸 여러 음악이 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역시 <The Whole Nine Yards>입니다. 내게 있어 이 곡은, 느리고 간결한 멜로디로 인해 왠지 나도 연습하면 피아노로 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 혹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