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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하 Apr 07. 2022

4. 내 인생의 힐링음악, <Lotus>

연꽃처럼 포근하게 얼후처럼 그윽하게

내 나이 사십 대 초반, 나는 꽤나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번듯한 대기업에 다녔고, 그리 넓지는 않아도 내 집이 있었다. 가족과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고 가까운 친구들과도 가끔 만나 이런저런 얘기로 삶의 쓴맛과 단맛을 서로 나누었다. 회사 생활에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주기적으로 스트레스가 찾아왔고 그로 인해 몸이 상해 가는 것을 느꼈다. 이는 모든 직장인이 겪는 일이며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던 어느 아침 출근길,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 생활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지?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가?' 마치 내가 다람쥐가 되어 똑같은 일상을 쳇바퀴처럼 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나는 그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는 5분 동안 두 개의 질문을 무수히 많이 반복했다.


그다음 해, 결국 벼르던 퇴사를 실행했다. 난 당장은 별 계획이 없는 자유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출근하지 않는 생활이 낯설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무한한 자유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의 자유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 달이 갓 지날 무렵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응어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깊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영원히 실업자로 살아갈 것만 같은 불길한 마음이 나를 사로잡은 것이다. 몇 달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상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자격증 공부였다. 합격만 한다면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한다는 자격증 시험 준비를 지인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다. 가치 있는 자격증이니만큼 그 경쟁률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꼭 합격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시험을 준비하면서 내 안의 불안감은 다소 누그러지는 듯 보였다. 처음에는 하루 세네 시간 공부도 벅찼지만,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8시간, 10시간으로 점차 늘어났다.


그 시절, 공부와 함께 했던 것이 '세상의 모든 음악(세음)'이었다. 당시에는 다시듣기가 있어서, 언제든 세음을 들을 수 있었다. 요약 노트를 만드는 순간에도, 호수공원을 산책하는 동안에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세음은 늘 내 곁에 있었다.


시험을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어둠 컴컴한 독서실 한편에서 한 줄기 빛처럼 그 음악이 내게로 내려왔다.



그해 부처님 오신날 저녁, 지금은 내 인생음악이 된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Lotus>를 처음 들었다. <Lotus>는 연꽃처럼 포근하게 얼후처럼 그윽하게 다가와 내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주고, 그간의 맘고생을 위로해 주었다. 내 몸이 온전히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지친 이들에게 어쩌면 이 보다 더 위안이 되는 음악이 있을까?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내 생애 최고의 힐링음악은 역시 <Lotus>이다.


그 뒤로, 난 다행히 시험에 합격했고, 덕분에 지금은 아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요즘도 가끔 마음 에너지가 바닥날 때면 찾게 되는 <Lotus>. 혹시 예전의 나처럼, 지금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Lotus>에서 위안을 얻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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