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은 언제든지 깨질 수도 있고, 흩어져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질서가 깨어질 수도 있는 그런 집합체인 것 같다.”
<백범 김구/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소녀>
깊은 밤 언제나 우리에게 빛이 되어 주는 하나의 존재. 그것은 바로 '달'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둥근 보름달을 향해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던 내면의 소리를 전하기도 하였으며, 현재는 둥근달을 바라보며 향수에 젖어 과거의 시간 속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리고 달빛의 아련함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또 누군가에게는 달빛을 뒤로하며 지친 몸을 이끌며 쉴 곳을 찾기도 한다. 달이란 지금까지 그림에 있어 많은 소재가 되어왔다. 사랑, 그리움, 고뇌, 쉼, 그리고 생명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달항아리는 생명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생명력의 의미 말이다. 여기 한국을 대표하는 팝아티스트 김중식의 그림을 오늘은 소개하고자 한다. 화가 김중식은 최초의 더블 팝아티스트이다. 더블 팝아트란 그림과 그림 또는 그림과 사물을 중첩시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현대미술의 한 분야이다. 충남 공주 출생으로 추계예술대학교를 졸업 후 프랑스 국립 미술학교 그랑쇼미에르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현재까지 달항아리가 품고 있는 생명의 의미와더불어화가만의 독특한 감각을 담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화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자기의 형태는 철화자기와 달항아리이다.
<철화백자와 젊은 여인의 초상화/김중식/116cmx91cm/캔버스에 아크릴/2010>
<젊은 여인의 초상화/라파엘로 산 로렌초/템페라/1518-1520>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의 3대 화가 중 한명인 라파엘로의 작품 속 여인이다. 여인은 실제 라파엘로가 사랑했던 여인으로화가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지금 그녀는 모성본능?의 무의식적 흐름을 통해 생명을 지키려는 듯 자신의 가슴을 드러낸 채 수줍은 표정으로 철화자기 속에 몸을 담고 있다. 작은 도트를 이용하여 완성된 작품 속의 여인은 동양과 서양의 고전적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새롭게 다가온다. 작품은 하나의 완전한 고전의 의미로써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고전이란 예스러운 것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뿌리이다. 다시 말한다면 전통과 고전이란 촌스럽거나 고리타분한 것이 아닌 지금 현재를 만들어내는 토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상들이 내려준 많은 문화와 전통을 현재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짙다. 이에 김중식 화가의 손으로 새롭게 태어난 작품은 어머니의 품이 주는 가득한 편안함과 고요함을 갖으면서도독특한? 화가만의 현대적 감각이 옅보이다. 가슴을 드러낸 여인은 지금 막 세상을 마주한 생명에게 "아무 걱정 마렴! 너의 곁에는 내가 있단다." 하며 입을 맞추자 금세라도 울음을 그치는 따듯한 사랑이 가득하다.
<마릴린 먼로와 달항아리/김중식/130cmx130cm/캔버스에 아크릴/2011>
검은 배경 속에 달빛을 머금은 달 항아리 그리고 항아리에는 세기의 연인이었던 마릴린 먼로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은 마치 깊은 밤 마당 한가운데 자리한 우물 속에 비친 달이 바람과 함께 잔잔히 물결치는 고요한 느낌을 자아낸다. 달이 우물에 먼로와 빠져 있다. 그림은 검은색과 흰색의 대조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음영이 있어 마치 조각과 같기도 하며 먼로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따듯이 보듬고 있어 보인다. 달은 말없이 그녀를 품고 있는 것이다. 지금 먼로는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내 삶의 고통을 달이 안고 있어 이제야 나는 행복해졌답니다. "라고 말이다. 내가 실제 만났던 화가는 매우 세련되고 힘이 넘치면서도 눈빛은 고요가 가득했었다. 날카로운듯 자유로운 화가의 한마디는 이러했다. 나는' 마릴린 먼로'다. 어쩌면 화가는 진정한 자유와 사랑? 그리고 자신과 세상을 향한 연민으로 가득했던 먼로의 삶을 동경하며 갈망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중식 화가의 작품은 도트(점)를 이용하였다고 하여 점묘법의 그림이 아니다. 화가는 밑그림을 그린 후 자신만의 기법으로 고안해낸 도트판을 위에 붙인 후 그 위에 다시 채색을 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그를 우리는 더블 팝아티스트라고 부르는 것이다.우리는 가끔 현대미술이 주는 난해함(?)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허덕이며 작품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김중식 화가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마주하기 편안한 작품을 제작한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사람과 삶에 대한 이해가 가득 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오늘 김중식 화가의 작품을 마주하며 나의 마음속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또다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