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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May 05. 2020

실제와 현실이란 무엇인가?

일러스트 남운협에 대하여.

가끔 어린 시절 앨범을 들추어 본다. 그럴 때면 사진에 담긴  내가 때론 맞는가?라며 당시의 모습이 낯선 새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기억의 저장소에서 한 조각 꺼내 든 흔적으로 혼자 배를 잡고 웃기도 한다. 사진에 담긴 하나의 추억! 그것은 단순한 향수? 가 아닌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물, 환경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기에 우리는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이라는 기억에 담아둔다. 전통적으로 회화는 특정계층의 소유물이었으나 사진기가 발명된  계층의 폭을 확장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그 반면에 쇠락을 길을 걷기도 하였었다. 이후 회화는 새롭게 거듭났으며 현재는 그 다양성에 있어 장르를 넘나드는 공간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그중 극사실주의 그림들은 현재라는 시간을 사진과 같이 포착하여 캔버스에 대상을 클로즈업하여 표현하였다.


눈속임 회화는 리얼리티의 원리에 근본적인 의심을 던짐으로써 시뮬라크르simulacre
를 생산한다. - 쟝 보드리야르.


<Big self portrait/척 클로스/1968><Kare moss/척 클로스/2005>

극사실주의라 불리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 Realism)은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되어 1972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상한 미술운동으로 그 어떤 성명서나 그룹이 없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카메라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을 선택하여 캔버스에 표현하였으며 주로 일상적인 현실을 지극히 생생하고 완벽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추상이 자리 잡으며 구상으로의 회복과 카메라의 빛과는 다른 구상 즉 모더니즘 원리를 수용하려는 전통적 예술의 회복을 원했다. 이들은  사물을 클로즈업하여 표현하였는데 이것은 과잉과 빛이 결합되어 사물의 현존감이 극대화되어 일상화되어 있는 것들을 매우 특별한 사물로 인식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정확한 표현과 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매우 낯설고 새롭게 다가오게 하였으며, 현실과 동떨어진 신비감과 시간이 정지된 것으로 승화되었다. 이러한 표현법은 시간이 멈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의 순간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이다. 사진 수준의 사실성을 추구하다 보니 카메라와 사진을 주로 사용하고 환등기나 격자 등의 기계적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고 연필이나 붓대신 그래픽 디자인 도구인 에어브러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현재 광고 편집디자이너이며 일러스트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남운협'의 작품은 주로 인물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이란 단순히 사람의 개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자연이 만들어낸 인간의 본성 그 자체와 환경에 의해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1967년 생으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으며, 아버지가 동양화가여서일까?  작품에는 깊은 동양내면적 사유가 가득 담겨 있다. 그는 <두 시간에 끝내는 트와이스 한국사/2014/푸른들녁>,<씹어 먹는 책 이빨/빛샘>의 삽화를 그렸으며 안유선 카피라이터의 (가제) 9번 사물함의 삽화를 그려 출판할 예정이다. 화가는 실제 매우 차분하며 말수가 적은 편이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며 듣는 경청의 의미를 실천하듯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이었다. 이러한 화가의 성격은 그림이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다.


<폴 뉴먼-Past and Glory/남운협/수채화/1994>


작가가 사랑하는 배우가 바로 미국 태생의 폴 뉴먼(Paul Newman1925-2008)이다. 폴 뉴먼은 젊은 시절 남성성이 강한 근육질의 몸을 가진 섹시한 배우였으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인간 개체로 거듭났던 이이다. 지금은 그가 사망하였으나 현재까지  출연했던 많은 영화들은 훗날에도 사랑받을 것이며 실제 그를 잊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작가는 노년의 뉴먼이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인물의 얼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배우로서  화려했던 시간과 동시에 세월이라는 질곡의 길을 걸으며 뉴먼이 초월했을 많은 것? 들을 통해 그림은 전체적으로  따듯하면서도 온화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한 남성성을 가지고 있는 노년의 뉴먼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표정을 정확히 표현하였다. 그의 주름은 늙어 처진 살갗의 표현이 아니다. 뉴먼의 흰머리와 주름진 얼굴은 그의 세상이자 마음인 것이다. 또한 이마와 얼굴에 반사된 빛은 인물에게 더 큰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자화상/남운협/볼펜스케치/1992>

작가는 볼펜 스케치를 즐겨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장 사랑하는 그림 도구가 바로 흰색의 기둥에 검은 머리를 가진 모나미 볼펜이다. 볼펜이란 종류 또한 지금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작가에게 모나미 볼펜이란 어린 시절의 향수와 정서를 담고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작가는 자신을 표현하며 무엇을 들여다보았을까?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미시사적 사유를 이끌도록 깊은 심연의 힘을 자아내고 있다. 젊은 시절의 고뇌 그리고 인생에 대해 뜻모를 진지함을 가진 그런 시절이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그는 지금 담배를 물고는 인상을 찡그린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손가락에는 힘이 들어가 있어 턱 부분의 살갗은 눌려져 있는 모습이다. 깊이  빨아들인 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그림 속의 작가는 하얗게 퍼져나가는 진한 담배 연기와 함께 세상으로 무엇을 어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작가는 제임스 밀런(영국의 스케치 작가)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자화상은 단순한 선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작가가 담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림을 바라보며 공허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삶의 이면을 느끼도록 다시 한번 삶을 반추하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노인초상Life/남운협/수채화/1998><남과 여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남운협/볼펜에 수채화/2002>

우리는 오늘 늘 가까이 있어 생각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을 크게 확대하여 다시 보고 그것이 주는 낯 섬과 새로움을 들여다보았다. 가까이 있기에 때론 너무도 일상적이기에 소중하게 생각지 않았던 많은 것들! 그것들에 대해 눈길을 옮겨 새로움을 발견하여 탐구한다면 보다 넓은 사고의 폭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하이퍼리얼리즘이 추구하는 예술의 표현인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사진이 있는데 왜 이토록 자세히 그림을 그릴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독자가 있었다면 갈증이 사라졌으면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1981년 그의 저서 <시뮬라크르(Simulacre)와 시뮬라시옹(simulation)>에서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한다’는 시뮬라시옹 이론을 이야기하고, 더 이상 모사할 실재가 없어지게 되면서 실재가 더 실재 같은 하이퍼리얼리티(초과 실재)가 생산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말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실재처럼 인식되는 대체물이다. 우리말로는 <가장(假裝)>으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근사하겠지만 다른 유사어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대개 원어 그대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뮬라크르와 유사한 어휘로 <위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불어의 dissimulation, 즉 실제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감추는 행위를 지칭하기에 전혀 반대의 뜻이 되어버린다.


실제 實際 - 사실의 경우나 형편.

실재實在 -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것. 형이상학을 의미.




https://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HsJavr4AI5M

Fly me to the moon-Beegie Adair T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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