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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May 14. 2020

삶이 꽃이 되는 순간 花樣年華.

조반니 볼디니(Giovanni Boldini)에 대하여.

나에게도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순간이 있었을까? 뒤돌아보면 나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 그리고 그림에 미쳐 정신을 잃을 정도로 빠져 있던 시간이었던 듯싶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였던 대구에 살고 있는 동생이 나에게 전화를 했었다 "언니! 나는 지금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니와 00이랑 우리 셋이 함께 공부했던 그 순간이었던 것 같아. 언니는 어때?" "응~ 나도 돌아보니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어. 발제문을 위한 외국서적과 어려운 논문들의 번역 그리고 PPT 작업으로 밤을 새우던 그때 말이야. 그리고 나이도 어린 아이들 틈에서 뭐 그리 공부를 하겠다고 그렇게 바락바락 애를 쓰며 학교를 다녔는지 지금  공부를 위해 학교를 다니라고 하면 다시는 못 다닐 것 같아" 하며 잠시 그 시절을 추억했던 기억이 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 있어 아름다운 순간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내가 생각하는 화양연화란 삶 속에서 가슴과 심장을 가장 뛰게 하는 그리고 뇌의 호르몬으로 인해 피부와 눈동자에 빛이 나게 하는 순간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랑이었던, 싱싱하고 푸릇하던 청춘이었던, 나를 빛나게 하는 일이던지 그것이 어떠한 시간과 공간이었든 간에 내가 살아있음을 스스로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순간.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삶 속에 피어나는 꽃의 순간이 아닐까 한다.


<아들 스펜서 처칠과 함께 있는 말버러 공작부인 콘수엘로/조반니 볼디니/oil on canvas/1906/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사랑하는 아들을 안은 한 여인이 있다. 지금 그녀는 환히 웃으며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 따위는 잊은 듯 보인다. 그녀의 피부는 하얗다 못해 부드러운 선홍색을 띠고 있으며 손짓과 몸짓은 우아하기 그지없다. 소파의 등받이를 받이고 있는 그녀의 손목은 가늘고 여려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듯 연약해 보이지만, 아들을 품은 어머니로써 그녀의 마음은 그리 약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검은색의 드레스는 그녀가 여인으로써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느낌은 충분하고도 넘쳐흐른다. 또한 빛은 빠른 속도로 두 사람에게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은  순간의 시간이 가진 소중함을 알리듯 지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와 함께 있는 두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엄마의 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아들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지금 소년은 아직 세상이 어떠한 곳인지 전혀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나이이다. 엄마의 품이 세상의 전부인 소년! 소년에게 화양연화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그러나 소년도 나이를 먹어 갈 것이며 그만의 세상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순간이 있을 것이기에 그림을 바라보며 괜히 설레어진다.  여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순간이 아름다울 수 있겠지만 그녀에게도 한 인간으로서 기억될 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사람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Lady in Rose/조반니 볼디니/oil on canvas/163cmx113cm/1916>

그녀는 사랑의 고백을 상징하는 장미꽃 다발을 침대에 올려놓은 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옷과 구두까지 모두 사랑의 기운이 담긴 빛으로 반짝이고 있으며,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기 위해 하루 종일 분주히 준비하고 기다렸다가 드디어 사랑을 고백받아 그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이제야 긴장을 풀고 있는 것 같다. 혼자 있기에 더욱 행복하고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어깨를 살며시 드러낸 드레스에는 장미꽃이 꼽혀있다. "내 그대를 사랑하니 나와 결혼해 주겠소!" 하며 남성은 여성의 드레스에 장미꽃 한 송이를 꼽아 주었지도 모르겠다. 이 가슴 뛰는 순간! 훗날 그녀에게  화양연화의 순간이 될 것인지 또 다른 기억의 순간이 될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건 그녀는 지금 마냥 가슴이 미어지도록 행복할 것이다.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재빠르고 물이 흐르듯 칠한 엷은 붓질은 그림에 생명력을 더하여 주고 있으며, 빠르게 포착된 빛은 여인을 더욱 우아하고 아름다운 순간의 주인공임을 부각하고 있다. 또한 색의 흐름은 여인의 마음 상태를 금세 읽을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사랑의 환희로 가득 차 있는 감정은 그림 밖으로 흘러 내림을 느낄 수 있다. 아~~ 저 숨막힐듯 한 사랑의 순간이 그녀에게 영원할지어다. 


인생의 꽃이 되는 순간! 누구에게나 기억되는 순간! 그 순간의 기억은 을 지탱해 주는 지지대이며 받침대가 되어준다. 만약 살아가며 그러한 순간들이 없다면 조금은 카카오 닙스를 생으로 깨물듯 쓰디쓴 인생이 되지 않을까? 가끔은 달콤했던 순간을 꺼내어 되뇌어야 삶은 조화를 이룰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인상주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조반니 볼디니/oil on canvas/>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 백작/조반니 볼디니/oil on canvas/1897>

조반니 볼디니(Giovanni Boldini 1842-1931)는 이탈리아 출생하였으나 파리에서 사망한 화가로 종교화를 그리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시작한 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와 인상주의 화가들을 만나 런던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크게 성공한 화가이다. 그는 주로 여성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러나 그의 그림 속 여성들은 속된 여성미?를 나타낸 것이 아닌 우아하고 아름답고 매우 날카로운 듯 표현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의 그림 속 여인들 중 오늘 소개한 그림들과 같이 아래에서 위로 시선을 바라보는 여인들이 있다. 이것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남성으로서 여성을 비하? 하는 시선인 남성우월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한 인간의 시점으로 애정이 가득 담긴 것이라 인식할  있겠다. 러나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남성의 이미지에는 여성적 선의 이미지가 나타나 그림은 매우 세련되고 민첩한 느낌을 주는 것 특징을 가지고 있다.



https://youtu.be/-mnnwtGa9kc

The power of love - Air supply. Live in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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