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아름다운 날 아카시아 꽃이 아름드리 핀 양평은 언제 찾아도 편안하다. 내가 본 양평군립미술관은 관으로써의 미술관 중 단연 최고라고 칭하고 싶다. 언제나 좋은 작품 열정 가득한 화가 그리고 널찍하고 여유로운 전시공간은 차분함과 힘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미술관의 관장이시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이신 이상찬 선생님을 뵙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가치 그리고 창의적 활동을 하는 화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 대화를 나눈 귀한 시간이었다.
삶의 궤적이 보석처럼 빛이났다. 나의 되돌리고픈 과거 또한 현재의 나를 만든 시간이기에 생의 시간이란 어떤 시간이든 빛나고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졌었다.
이끼는 쌓을수록 푸르다/이상찬저/바이북스2022년 5월 출판
<새전북신문2022.05.09.자 전문 중에서>
이상찬은 한국화의 전통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발현하는 바탕에는, 숙련된 기교가 아니라 대상을 재해석하는 철학이 숨어 있다. 곧 동양학의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성리학의 이기설(理氣說)을 탐색, 이를 작품의 기저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한정된 화폭을 넘나드는 호쾌한 색감은 음양오행 사상에서 출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이와 같은 근본주의적 태세를 갖추었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행복한 일이다. 그 예술의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작품의 표면으로 배어 나오는 까닭에서다. 그는 피카소의 언사를 빌려 “예술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근원’이라는 제목이 서두에 붙은 그림들, 이기화물도(理氣化物圖)나 자연회귀(自然回歸)와 같은 부제들은 모두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재해석한다는 의미를 강력하게 함축한다. 그렇게 ‘근원 선사의 기원’이 탄생하게 된 까닭이다.
창작활동은 지극히 자유로워야 한다. 이상찬
나의 작품의 뿌리는 지극히 한국적인 것 즉 전통적 한국화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내가 석채(광물의 가루ㅡ천연보석포함)를 이용해 만든 작품은 뿌리고 그 위에 또 뿌리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태초의 지구가 켜켜이 쌓아져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 하나의 결정체를 완성하듯 근원과 흔적 그리고 우주만물의 연원에 대한 질문과 성찰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작품은 관람자에게 미학적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화가가 이루어낸 작업에 대한 결과물로 관람자가 감정이입을 하길 원합니다.
조각가 고정수 작품
작품명 약 오르지롱~~
양평군립미술관은 이 밖에도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관람자를 기다리고 있다. 화창한 봄을 예술과 함께 한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