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일기

가끔은 수다가 필요해.

by Celine

왜 이 모양인지.....

감자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나갈 때마다 등과 머리에서 땀이 흘렀다. 십 년 가까이 입지 않던 두꺼운 패딩과 머리엔 내가 좋아하는 비니를 썼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파 대비용으로 새로 준비한 성능 좋은(?) 모자로 말이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감자의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 겨울 늘 등에서 나던 땀이 생각나 조금은 두꺼운 후드티와 적당한 패딩을 껴 입고는 집 주위가 아닌 조금은 떨어진 이 지역의 공원화되어 있는 호수 아니 아주 큰 연못(?)(하여간 그런 장소가 있다.) 주변의 공원을 향해 말이다. 차 문을 열자 갑자기 차갑게 부는 바람은 차 문이 닫힐 정도였으며 바지의 섬유 속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냉기는 도무지 걷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때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옷을 이 모양으로 입고 나온 거지? 하며 콧물을 훌쩍거리고는 감자와 공원을 어거지로 한 바퀴를 돌았다. 얼마나 추웠던지 감자도 걷질 않고 자꾸 안아 달란다. 감자를 품에 안고는 공원 안에 위치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눕는 공간에 들어가 추위를 잊은 채 그 차가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그물망 위에 몸을 맡기고 누웠다. 하늘은 파랗다 못해 시렸고 그 속에 내려쬐는 빛은 눈이 부셨다. 서둘러 선글라스 꺼내 눈에 얻고는 오들대는 감자를 품에 꼭 안았다. 따스했다. 감자의 체온. 나에게 지금 그 따스함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 것인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혼자이다. 무엇을 해도 혼자이다. 내가 선택을 했지만 외롭다. 그 시린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은 주변의 찬공기를 느끼지 못했다. 그 작은 몸에서 내 품는 온기가 좋아서. 그 하얀 털이 주는 부드러움이 감사해서.

언제보아도 이쁜딸 감자. 벌써 8살이 되었다.

그리고 서둘러 돌아온 집. 다음 날 눈을 뜨니 아프다. 정말 많이 아팠다. 훌쩍이는 콧물에 퉁퉁부은 목 그리고 무거운 몸. 약국에 기어나가 약을 세 번이나 사 다 먹었다. 그 후로 일주일이 흘렀지만 눈을 뜬 새벽 세시반부터 오늘은 컨디션까지 엉망이었다. 캐나다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나의 외로움은 숨긴 채 일상의 대화를 나누다가 힘이 들어 나도 모르게 다시 잠에 들어 버렸다. 감자가 짖는다. 눈을 뜨니 9시. 친구에게서 오는 전화를 받지 않자 감자가 나를 깨운 것이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약을 먹고는 침대에 몸을 맡겨보았으나 잠은 오질 않는다. 그렇게 오후 한 시 반쯤 됐을까? 안되겠다는 생각에 병원으로 향했다. 아들의 친구 아빠가 운영하는 병원이라 원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주사 두대를 맞고는 그렇게 집으로 약을 들고 돌아왔다. 약을 기다리는 동안 넓은 공간 여기저기 콜록(혹시나 코로나감염이 두려워 저 멀리 서 있다보니 공황이 또 밀려오는 것 아닌가) 애기들은 울고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속에 서 있자니 힘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가슴이 쉴새없이 뛰기 시작한다. 이유는 아는 사람(병원장님)을 만나고 왔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괜히 갔었어. 그냥 집 앞 나를 모르는 동네 의원을 다녀 왔어야 했는데 늘 나에게 효능을 잘 보이는 약을 처방해 주는 병원이다 보니 그 곳을 선택했던 내 잘못이다. 잠시 방심한 나의 탓! 심장아~ 나 대지마. 주문을 외우며 약을 먹은 후 넷플릭스에서 보고 싶던 네덜란드 영화 <블라인드/2007>을 틀어 놓고는 집중을 해 보았지만 몸은 여전히 무겁다. 그렇게 하루가 다 흘렀다. 저녁 약을 먹고 나면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나는 잠이 들 것이다.

약을 먹기 전 글을 쓰고 싶었다. 이렇게 구질구질한 나의 이야기를 쓰며 내 삶을 스스로에게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 견뎌왔어. 그리고 앞으로도 잘 견딜 수 있을 거야. 넌 누구도 아닌 Celine이니까. 마지막으로 감자에게 사랑을 전해본다. 네가 없었다면 엄마는 지금 이 도시에서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었을 거야. 너무도 고맙다 귀한 딸 감자야.

며칠 전 나도 모르는 내 생일이라고 대학원 동생이 꽃선물을 보냈다. 감사하게도. 난 요즘 아직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https://youtu.be/mjxaa_Vu7bU

나의 뮤즈 카를라 브루니/The winner takes i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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