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

강남구청역에서

by Celine

약속이 있다. 지금 나는 지하철을 타고 공덕역으로 향하는 중이다. 평소 현금이나 지갑을 들고 다니질 않는다. 이 똑똑한 스마트폰이란 녀석 하나면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공황이 심해져 내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유일하게 택시뿐이다. 오늘은 큰 맘을 먹고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하고 집 앞 지하철 역사에 들어서자 폰에 저장된 카드에 문제가 생긴 건지 몇 번을 들이대었으니 에러가 났다. 출입구 옆에 위치한 일회용 표를 끊으려 했으나 실물카드도 현금도 없어 매표를 할 수가 없었다. 시간에 늦을까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려 객사 밖으로 나왔으나 주말저녁이라서인지 거액의 택시요금에도 불구하고 콜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은행의 현금출납기에 스마트폰을 들이대었다. 그러나 에러. 약속은 늦고 현금은 없고 어쩌지 하는 찰나 옆창구에서 은행업무를 보고 계신 할머니기 한 분 계셨다. 나는 할머니가 일을 보실 때까지 기다렸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는 실례가 안 된다면 제게 현금 만원만 주시면 입금을 해드리겠다고 했다. 할머닌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만 원짜리를 하나 주시는 것이다. 나는 입금해 드리겠다고 했으나 극구 사양하시며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요. 약속 늦을 텐데 이 돈으로 얼른 가세요." 나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내 눈을 빤히 바라보던 할머니께선 지금 갖고 있는 게 딱 만원한 장이라 미안타하시는 것 아닌가? 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를 연신 말씀드리고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드리곤 지하철을 타러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예정도착시간 보다 이십 분 정도 일찍 나왔으니 난 지금 십 분 정도 늦을 예정이다.


지금 이 글은 쓰는 동안 난 충정로 역을 막 출발했다. 정말 눈물 나도록 감사한 친절.


난 누군가에게 이런 친절을 받았다. 감사함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해 본다.


갑자기 나를 보이스피싱범으로 생각하셔서 계좌번호를 알려 주지 않으신 건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봤다. 세상엔 감사할 일들이 참 많다. 특히 오늘 이번 일은 내겐 평생 감사함으로 남을 것이다.


할머니 감사드립니다. 저 제 삶을 위해 더 힘내볼게요.

할머니께서 주신 만원으로 끊은 지하철표와 남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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