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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Aug 13. 2023

부엌에서의 단상

조언과 직언에 대하여

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제사음식을 장만했었다. 형부께서는 삼십 년을 함께하며 내가 한 음식을 처음으로 마주하셨었다. "어~ 처재 음식 솜씨가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 "엥? 제가 한 음식이 맛있다고요?", 형부께서는 나물과 전 그리고 갈비를 드시면서 연신 감탄을 하셨다. 이전에는 나의 아이들을 위해 장만했지만 손님을 초대하여 무언가를 장만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대의 어린 나이부터 집안의 대소사를 다 처리했었으니 등 너머 눈으로 익혔던 것들이 몸으로 표현된 듯싶다. 평소 나의 형부는 잔재미가 많으시다. 그리고 대화를 좋아하시고 날카로우시다. 철학을 전공하셔서인지 세상을 대하는 자세 또한 남다르시다. 그리고 따듯하시고 정이 많은 그런 분이시다. 그런 이유로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대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형부이시다. 그런 형부께 칭찬을~~ 나는 헤벌쭉하며 그날은 하루의 고됨을 잊게 되었다.

내가 마신 카푸치노 중 가장 부드러웠던 기억이 난다.

아빠에게 좋은 점 중 하나가 어떤 음식이더라도 드시고 난 후 늘 "아~ 잘 먹었다."라는 말씀을 하신다. 내가 성의 없게 만든 계란볶음밥을 드실 때도, 아빠가 좋아하시는 소고기 뭇국을 끓일 때도(핏물을 하루정도 뺀 후 양지부위를 덩어리채 푹 끓여 고기를 손으로 찢어 끓인다.) 늘 같은 말씀을 하신다. 오늘 아침 아빠께 드릴 강원도식 호박잎된장국을 끓였다. 된장을 풀고 호박잎에 생콩가루를 묻혀 끓이는 여름철에만 먹을 수 없는 계절음식이다. 그리고 엄마가 살아계실 때 여름이면 늘 해 주시던 호박 만두를 만들었다. 만두피까지 손을 밀어서 말이다. 채 썬 호박을 소금에 절이고 부추 등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어 한 바구니 쪄주시던 엄마의 맛이 그리워 작년에도 만들었으며, 올해도 하나하나 빚어 냉동고에 넣어 두었다. 요즘 입맛이 없으신 아빠게 드리기 위해 지금 찐만두를 식히고 있는 중이다.

강원도식 호박잎된장국. 사진으로 보니 맛이 없어 보인다.

내가 요리를 잘한다는 것보다는 그 정성을 이해하고 칭찬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 늘 고맙다.

여름별미 단백한 호박만두가 익어가고 있다.

조언과 직언에는 어감상 듣는 이로 하여금 감정에 있어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한다. 조언은 '여기에 참기름을 조금 더 넣으면 고소할 것 같아'이며, 직언은 '아니 여기에 참기름 향이 왜 이렇게 적게 나는 거야? 그러니까 이런 요리에는 참기름을 더 넣는 거라고'라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감정상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언어에는 온도와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표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지 십여 년을 된 듯하다. 일상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에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 오늘 된장국을 끓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러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거친 표현 쏟아내는 이도, 그것을 배우거나 경험한 적이 없어 본인의 습관으로 쏟아내기도, 다르게는 언어의 품격과 온도를 이해하기에 조언을 적절히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모르면 배우고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해 준비조차 않는 이들이 넘쳐난다. 인색하다. 칭찬과 감정표현에 있어서 말이다.

좋아하는 수국. 그런데 이런 모양의 수국은 처음 만났다.  먼지털이개 같기도 하고, 미용을 못해 털이 수북한 감자의 몸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쁘다. 탐스럽다.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부엌에 서서 손으로 하나하나 재료를 준비하여 다듬고 조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이를 생각하며 정성을 담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맛보다는 요리를 하는 행위와 그 속에 담긴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 내가 상대와 주고받는 언어에는 어떤 온도와 품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레시피의 호박잎 된장국과 호박만두를 만들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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