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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Sep 26. 2023

공감共感에 대한 단상.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눈을 뜨니 새벽 3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정신은 더 또렷해진다. 창을 열고 지내는 습관 때문인지 가을을 알리는 빗소리가 오늘따라 차분하니 이쁘다.


며칠 전 대화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공감되지 못하는 대화는 그저 말 뿐이며, 단어를 늘어놓는 것이라는. 유튜브를 통해 김창옥 강사의 강의 내용을 듣던 중 언젠가부터 물건은 쉽게 잃어버리는 일들이 잦아졌고, 결국엔 집을 찾지 못해 병원에 갔었단다. 진단명은 치매초기일 수 있다는. 그가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의 충격이었을지는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원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불화에 대한 트라우마와 20여 년 강의를 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말과 감정을 진정성 있게 듣다 보니 그의 뇌는 감정이 쌓여 터져 버리게 된 것이었다.  우린 그의 강의 속에서 울고 웃으며 치유와 안정을 받았으나,  우리가 그에게 준 것은 감정쓰레기였지는 않았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새벽 빗소를 들으며 오랜만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고 있던 중이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제목이 조금은 끔찍할 수 있지만 고대엔 아픈 부위의 장기를 먹으면 병이 났는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며 췌장이 아픈 소녀가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한 대화이다. 그것은 결국 살고 싶다는, 살아가고 싶다는, 미래의 감정을 실은 간절한 소망이 담긴 짧은 문장이다. 소년은 소녀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생명을 마감할 때까지 지켜나간다 함께. 그 어떤 조건도 없이. 지금 김창옥 강사는 소녀의 마음은 아닐까 와 그가 진정으로 공감과 위로를 원하는 이는 그에게 가장 큰 상처로 남은 듣지 못하던 그리고 권위적이던 아버지는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부디 그가 쾌유하여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다시 어루만져 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본다.

 

공감共感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두산백과참조) 또한 개인적으로는 신뢰를 바탕으로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으로 인해 안정과 연대 그리고 보호받고 있다는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놀라운 감정이다. 이런 면에서 공감은 현재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공감이 현재에 머무르는 감정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감정이 되었으면 한다. 즉 공감에서만 머물게 된다면 성숙이 없다는 것이다. 공감을 한 후 성찰과 자기반성, 이해가 더 해 진다면 그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감정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김창옥 강사가 많은 이들과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감정의 결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의를 하다 보면 때로는 거친 감정을 가진 이들도 있었을 것이며, 정말 지치고 지친 이들의 감정을 가진 이들, 다양한 군상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공감했기에 그가 지금의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이토록 공감은 특별한 감정이다. 이러한 특별성을 가진 감정을 더 발전시켜 올바르고 성숙한 하나의 인간으로 모두가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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