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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Oct 22. 2023

몸살에 대한 단상.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지난주 지인이 집에 다녀갔다. 그녀는 늘 반짝인다. 눈빛, 표정, 말투 가끔 만나는 그녀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나이대 그 시절 나를 만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녀가 서울로 돌아간 후 가장 아쉬웠던 것이 바로 그림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던 점이었다. 세상살이가 꼬일 대로 꼬인 요즘인지라 대화는 말이 되지도 않는 주제로 옮겨졌다. 나의 잘못이다. 나는 캔버스 위 색채와 대상이 녹아내릴 듯 강렬한 고흐와 우아함과 고고함을 가진 붓질의 귀도레니 그리고  매끄러우면서도 단아하며 부드러운 라파엘로를 좋아한다는 얘기 조차하지 못했다. 가끔 나를 돌아볼 때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검은방울새의성모자/라파엘로/oil on canvas/1506년경/피렌체우피치미술관>
<성막달라마리아/귀도레니/oil on canvas/79.3x68.5cm/1630년대/UK 내셔널갤러리>

베란다의 국화 화분을 보며 "얘는 이렇게 잘 크는데 노랑이는 마른 종이꽃 같은 모습을 보여요. 분갈이를 잘못한 것인지..... 마음이 아파요. 왜 그럴까요? 같은 흙과 환경인데....."

그녀는 말했다. "선생님 화분을 분갈이하면 식물도 몸살을 앓아요. 그러고 나면 잘 자랍니다, " 그녀가 집을 떠난 후 나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지난번 코로나 때 마냥 그 정도로 아팠다. 정신이 들고 난 후 베린다에 있는 국화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가지 밑에 싹이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오~~ 놀라워라.  넌 마른 꽃으로 힘듦을 표현하며 얼마나 몸부림쳤던 게니? 잘 자라주고 있었구나. 고맙다. 대견하다. 그 생각들었다.

종이꽃처럼 피던 국화줄기 아래 새로운 싹이 자라고 있다.
이 꽃몽오리들은 모두 종이꽃이 될 듯 하다.
작은 화분 속 크로바까지 자라고 있다. 나는 같이 가꿀 생각이다. 모든 생명은 귀하니까.

인간은 환경에 의해 지배된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지지멸멸했던 요즘의 환경에 지배되어 쓸데없는 사연만 내뱉은 후 후회가 밀려 몸살을 앓고 나니 나를 더 정비하게 되었다. 화분도 나의 집 환경에 맞춰 성장 방법을 바꾸고 있었다.  그런 자연의 모습을 보며 아직도 철없는 나를 다그쳐 보았다. 너는 꽃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다음 주말부터 해외출장이 잡혔다. 맨땅에 헤딩하듯 새롭게 출발하고자 한다. 몸살 덕에 몸은 팅팅부었으며 꼴은 말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야 한다. 관계기관과 해외 갤러리, 컬렉터들을 만나기 위한 자료들까지 한 걸음 이제 나아가려 한다. 더 나이 들어 후회 없도록 내가 사랑하는 그림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를. 그리고 나의 사랑이 그림 속에 가득 만하기를.

나는 그림을 사랑한다. 그림이 눈에 들어온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그림을 보지 않은 날이 없다. 깊은 심연을 흔드는 강렬함에 대한 중독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중독에서 헤어나고 싶지 않다


몸살을 앓길 잘했어.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주어졌었잖아. 넌 꽃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울 수는 없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기에 그저 그 향기와 자태를 닮고 싶을 뿐이지. 그러나 너무 애쓰지는 마라.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거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 본다.

털복숭이가 된 감자. 일주일만의 산책에 행복한 모습이다. 미안해~ 엄마가 너무 아팠어. 우리 더 이쁘게 그렇게 살아가자구나.

https://youtu.be/-YuHjixaNvs?si=9i6A0uv3BleHkOuv

크리스토퍼/Led me to you/넷플리스영화 A Beautiful Life OST중

https://youtu.be/xkUx5VKgOCQ?si=0BO9FwX3Wl7opz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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