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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Dec 01. 2023

일에 대한 단상 2.

우째 이런 일이~~

어제는 아빠께 감자를 부탁드리고 미팅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왔었다. 갑자기 바빠진 엄마 덕에 매일 하던 산책을 삼일 정도 하지 못한 감자가 하루 종일 보챈다.


나가자고~~~ 왈왈

미안~ 오늘은 엄마가 너무 피곤해. 하루만 좀 쉬자.

안돼~ 나가고 싶다고. 이건 엄연한 학대야~~ 왈왈

아구~ 힘들어 애를 다시 키우는 것도 아니고 그래 가자.

대충 겉옷을 꺼내 입고 감자와 집을 나선 김에 감자가 한 달에 한 번 꼭 복용하고 있는 넥스가드 스펙트라(심장사장충 기타 등등 예방약)를 받기 위해 병원에 들러 돌아오는 길 집 옆에 위치한 학교의 운동장을 두 바퀴 실컷 토끼처럼 뛰는 감자를 바라보며 엄마는 너무 춥다~~


집으로 돌아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감자의 약과 전화기, 이어폰, 마스크를 꺼내어 식탁에 올려놓은 후 물을 한 컵 벌컥 마셨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감자의 약에 손을 대고는 내가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엥? 정신이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손에서 약을  내려놓자 허무함이 밀려왔다.


콧바람으로 기분 좋아진 감자가 온 집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식탁에 앉아 있었다.

하아~~ 뭔 정신으로 살고 있는 거지?

며칠 전 캐나다에 살고 있는 동생의 황당한 이야기를 듣고 이론~하며 어쩌냐고 걱정했던 나 자신이 떠 올랐다.


그날 동생은 장을 본 후 집에 돌아와 물품을 정리하고 나니 전화기가 보이지 않았단다. 그렇게 온 집을 다 뒤지고 다시 운전을 해 마트까지 다녀왔단다. 그리고 주차장도 다 뒤졌으며 심지어 남편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자신의 전화기 벨은 울지 않았단다. 새 전화기를 사려면 또 만만치 않은 돈이 들 텐데 어쩌냐면서 노트북의 메신저를 이용해 나에게 한탄을 했었다. 그러고 며칠 후 드디어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기 새로 샀어?" "아니~~ 내가 정말 미쳤어~ 글쎄 언니야  전화기를 검정봉다리에 꽁꽁 싸서 냉동고에 넣어놨더라구." 푸하하하 웃었었다. 동생은 검정비닐봉지를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온 가족이 모두 요리를 하기 때문에 재료를 지퍼락에 소분하여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웬 검정봉다리에 전화기를~~~ 그것도 꽁꽁싸서 하필 냉동고에~~~ ㅎㅎ


진짜 웃픈 현실이다.

돌아보니 나는 감자의 약을 먹으려 했다. 그 약이 그렇게 탐이 나더냐~ 아니면 그 약이라도 먹어야 할 만큼 몸이 힘든게냐~~나에게 묻고 싶다.


정신 단디 차리래이~~~~~



https://youtu.be/VODFGjWvKMM?si=qywq_ROTkcfGg8fp

<Bladverk Band - Folium (Royalty Free 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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