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

감자와 쿠키의 겨울나기.

by Celine
<엄마 없이도 잘 지내는 귀염둥이 감자와 쿠키-이촌동씨유동물병원24시간종합병원입니다. 너무도 친절하시고 섬세하셔서 우리 쿠키가 집처럼 맘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입니다. >


자고 일어나 눈을 뜨니 9시 30분. 오늘은 늦게 일어났네라며 깨톡을 확인 후 친구들과 안부를 묻고는 다시 머리를 베개에 들이댄다. "감자야, 쿠키야 겨울에는 말이야 이불 밖은 위험해 알았지? 아이 따듯해라" 그러곤 스르륵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헉~~ 12시 30분! 이게 뭔 일이야? 호들갑을 떨며 침대에서 일어나 분주히 움직였다. 뭐 딱히 할 일도 없이 혼자 사는 몸이거늘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괜스레 마음이 분주하다. (참으로 무섭다. 무의식의 지배라는 것. 평생을 시간의 개념에 쫓기듯 살아서 인지 일 년 하고도 반을 넘게 쉬고 있으면서도 몸에 남아있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나를 조종한다는 것이.)


밴쿠버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가 온다. 요즘 자신은 양준일의 덕후가 되었으며, 덕질에도 순서가 있단다. 그렇게 우리 둘은 수다를 이어간다. (귀에는 전화기를 들고 양쪽 팔은 집안 청소를 했다.) 실제 나는 TV나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 뉴스를 볼 때면 속이 터져 나갈 것 같고, 의미 없이 떠들어 대는 치장으로 가득한 사람들과 감정 기복이 극에 달하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 00대 교수 때문에 더욱더 뉴스나 시사가 보기 싫다. 난 너희와 결이 달라 라며 늘 대중이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살더니.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전 00대 교수 너는 대중이 아니다. 그럼 너는 뭐냐?) 어쨌든 동생과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 어!!!!!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런 일이. 자신이 움직이기 싫으면 침대에 누워 꼼짝 않던 나의 감자 그리고 배변 장소를 너무도 가려 낯선 곳에서는 엄마가 배변 장소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끙끙대던 깔끔쟁이 감자가 글쎄 동생과 수다를 떠는 사이 거실 카펫에 오줌을 찔끔 찌리는 것이다. 그것도 암컷 이건만 한쪽 다리를 들고. "언니!! 요즘 애기들 산책 안 시켜? 감자가 스트레스 많은 거 아니야? 사람도 클럽에 가서 신나게 흔들고 오면 속이 시원하잖아." "클럽??? 야 ~전화 끊어봐 나 애기들 산책 좀 시키고 와야겠다."

산책 가자는 말에 둘은 신이나 자신들의 옷을 물고 온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에는 비행 활주로가 있다. 이 도시에는 탄약고가 있어 유사시 비행기가 올 수 있도록 비행 활주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시민들은 그곳을 비행장이라고 부른다. 차량이 없는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첫 자전거의 발걸음을 떼는 추억을 만들기도 하며, 산책 또는 운동 심지어는 골프 스윙 연습을 하는 이들도 있다. 잔디도 좋기 때문인지. 그러나 여름의 한 낮엔 매우 뜨겁고, 겨울에는 벌판의 바람이 매우 차다. 감자와 쿠키를 내려놓자 신이 나서 뛰기 시작한다. 감자가 뛰는 모습은 재빠른 토끼와 같은 모습이다. 오늘은 사람이 많아 쿠키는 하네스를 하고 나와 함께 다녔다. 갑자기 불어난 몸무게와 나이가 들어가는 엄마는 생각지도 않고 마구 뛰는 녀석들 "얘들아~ 엄마는 늙었고 이제 살이쪄 너희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 천천히 가자~~" 나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작 나는 집이 답답할 때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름도 모를 것 같은 도시 깊은 산속의 카페를 찾아가 가베를 한 잔 하기도 하고, 미술관을 다니기도 하며 중무장을 한채 산책을 하기도 하였으면서 엄마 없이 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한 없이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감자와 쿠키의 마음이 어땠을까는 생각지도 않았다. 실은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집을 서너 시간씩 비워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따듯한 이불속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 따스함을 느끼며 종일 유튜브나 책을 보며 내가 보내고픈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감자야~ 쿠키야~ 엄마는 너희를 너무도 사랑해. 어떤 이들은 너희와 내가 나누는 사랑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엄마의 족쇄는 바로 너희들이라며 파양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건네기도 해. 하지만 엄마는 너희가 있기에 아직은 아직은 이렇게 숨을 쉬고 있고 세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떼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진정 모를 거야.

엄마는 너희와 남은 생을 함께 나눌 거야. 너희도 그렇게 해 줄 거지? 그리고 동물 중에 가장 이기적이고 나쁜 동물은 인간이란 동물이란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 마음이 오락가락 마구 쉽게 움직이기도 하거든. 하지만 엄마는 그런 인간?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살고 싶어. 너희들이 나에게 앞으로도 힘을 주길 바래.


참! 그리고 감자야 쿠키야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한 겨울에는 말이야 이불 밖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이불 안이 더 위험하단다." 쉿!!! 이건 비밀이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며 별다방에서 들고 온 캐러멜 마끼야또는 꿀맛이었어~~ㅎㅎ



2020년 1월 4일 토요일. 바람이 제법 차던 날.

나의 사랑 감자와 쿠키에게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