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딱 하루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보고 싶다.'
내 머릿속을 내내 맴도는 말들이다. 몸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가 되면 겨우 현이의, 가족들의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주말에 낮잠을 자거나, 엄마 집에 갈 때면 잔뜩 손에 쥐여주는 반찬들을 먹으면서 겨우 다시 원상태를 회복하고, 그러다 또다시 모든 에너지를 탈탈 털린 채 겨우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하는 나날이었다.
그간 아이를 키우면서 살면서 처음 느껴보았던 감정들, 마음속 가득 피어나는 사랑이나 행복을 남기고 싶어서 글로 썼는데 오늘은 기필코 육아의 힘듦에 대해서도 남겨야겠다고 결심했다.
분명 어느 날에는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할 수 있는 현재의 상태에 감사했고, 현이가 또 가족들이 대신 아이를 돌봐주기 때문에 편하게 점심을 먹고 거리를 거닐 수 있다는 사실마저도 만족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는 시간 외에는 온전한 쉼의 시간이 없다는데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날이 있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커리어에서 인정받는 선배님께 어떻게 이런 과정을 지나오면서도 일을 계속해서 잘 해내왔는지를 물었을 때, 5년만 지나면 훨씬 수월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5살만 되어도 아침에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는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5년, 누군가는 그때까지 부모 품 안에서 아이만의 귀여움을 다 보여주는 시기라서 '아이가 할 수 있는 효도는 태어나고 5년 동안 다 한다'라고 할 정도로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가장 최고치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5년만 지나면 아이 키우기가 수월해지는데, 또 아이가 가장 예쁜 시절은 힘든 5년 동안이라니. 이 두 가지의 이야기가 역설적으로 들렸다.
나에게 주어진 아이와의 5년은 이토록 힘들고 또 행복하고, 주저앉고 싶을 만큼 어렵다가도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그저 함박 웃게 되는 그런 시간인가 하고 생각한다. 현재의 힘듦에 대해서 충분히 토로하고 싶어서 시작한 글인데 어쩐지 결국엔 내가 이 시간을 힘들어도, 어려워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오늘은 내려놓자 마음을 먹고 아이를 재우고 나서 업무도, 운동을 가야 하는 일정도 내려놓고 집 근처 도서관에 갔다. 짧은 숲 산책로를 지나 산 쪽으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데 부쩍 시원해진 바람과 풀벌레소리에 가을이 느껴졌다. 도서관에 앉아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을 읽는 잠시의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몇 권의 책을 더 빌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 순간만 있어도 괜찮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의도적으로라도 저녁 시간만이라도 업무에서, 해야 하는 일에서 잠시 멀어져서 머리를 비우는 시간 가져보기. 그렇게 다시 에너지를 채워서 우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량을 펼치고 일하는 시간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이 넘치는 시간을 꼭 끌어안아보자. 분명 다시금 쓰러지는 날도 지쳐서 도망치고 싶은 날이 돌아오겠지만 더 많은 나의 하루하루를 사랑해 보자. 집에 가면 나의 존재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이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