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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May 28. 2022

친구의 정의

버릇과 싸가지를 넘어서는 방법

친구(親舊)

[명사]

1.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친구, 한자어로 친할 친자에 예 고자를 써서 친구란 오래전부터 친한 사람을 일컫는다.

대한민국에 누가 처음 친구의 정의를 같은 나이의 사람이라고 정했을까. 이 망할 정의 덕에 나도 친구를 떠올리면 언제나 나와 같은 반 혹은 나이가 같은 또래집단을 떠올린다. 이 생각을 깨버린 건 결국 외국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였는데 처음에는 그저 문화적 차이겠거니 했다. 몇 살이나 많고 적은 이들과 이름을 부르며 프렌즈라 통칭하는 사이. 


나 역시 몇 살이나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한 번도 친구라는 말을 써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선배 혹은 후배로 통칭되는 호칭 속에 모든 관계에 위계를 두고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다. 가끔 손 아랫사람의 언행에 '버릇없다'라고 지적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학부모 교육 시 가장 많이 나왔던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였다. 강사님은 질문을 가만히 듣더니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쉬운 이야기인데 뭐랄까 꽤 오래 남았다. 사실 어머니들의 추가 질문은 '어떻게 권위를 세워갈까' 였는데 이 대답에 의하면 권위란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친구 같은 부모가 아니라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옳았다. 친구 같은 이 아니라 친구가 되면 꽤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버릇과 싸가지의 문제, 권위와 가르침의 문제, 심지어 오늘 저녁을 누가 사느냐의 문제까지. 꽤 괜찮은 발견이었고 나는 손 아래에 있는 녀석들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친구 같은 선배, 친구 같은 상사가 아니라 그냥 친구가 되기로 했다. 물론 불편해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일단 나는 친구가 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편해졌다. 먼저 인사하지 않는다 속상해할 일도, 누가 버릇없게 말을 놓거나 함부로 행동한다고 속상해할 일도 없어졌다. 꽤 괜찮은데? 좀 더 해봐야 알겠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많은 경우 권위는 권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팔로워들에 의해 세워지는 것이더라. 권위를 찾고 싶다면 팔로워들에게 어떤 리더였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편이 빠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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