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사랑, 욕망하나 가질 수 없는 것

<죽음의 병>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

by 짱고아빠

기이하다. 서점의 한켠에 서서 만만해 보이는 얇고 예쁜 책을 집어들고 읽어 내려갔다. 분명 쭉 읽었는데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쓰는 지금도 이 기이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대화와 짧은 이야기가 엉망으로 섞인 이 섹스와 죽음의 이야기에 대해 저자는 ‘더 이상 지울 수 없을 만큼 얇아지도록, 최대한 지워냈으며, 일단 한 차례 읽고 나면 우리 안에 남겨질 것과 일차하게 될 텍스트’라고 말했다.


남자는 ‘어느 호텔에서, 길거리 어딘가에서, 어느 기차 안에서, 어떤 바에서, 어떤 책 속에서, 어떤 영화 속에서, 당신 자신 안에서, 당신 안에서, 너 안에서, 동시에 도처에서’ 분명히 보았으리라고 여겨지는 이 미지의 여인을 사랑했는가? 아니 사랑할 수 있는가? 남자는 이 사랑하기라는 실험을 여인에게 권한다. 하지만 이후의 남자의 행동은 단지 여인을 지배하고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사랑’이라는 목표와 동떨어진 남자의 행동에 여자는 그가 사랑할 수 없는 어떤 상태에 놓였음을 직감한다. 그녀는 이를 ‘죽음의 병’이라 명한다.


남자가 묻는다. 죽음의 병이 어떤 점에서 치명적이지요?

여인이 대답한다. 이 병이 죽음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병에 걸린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요. 또한 죽기 전에 삶을 가져보지 못한 채, 어떤 삶도 없이 죽는다는 걸 전혀 알지 못한 채,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점에서요.


뒤라스는 죽기 전에 삶을 가져보지 못한 채, 삶도 없이 죽는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고 선언한다. 욕망하나 가질 수 없는 것, 소유하지만 실현할 수 없는 것.

동전의 앞뒤와도 같은 삶과 죽음, 사랑과 욕망에 대해 짧고 불친절하게 심지어 최대한 지워냈다는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더욱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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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병 /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 / 난다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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