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캠핑> 이소원 저
가을 시즌으로 접어들거나, 더운 계절이라도 아침에 찬 공기가 남아있는 계절에는 늘 따뜻한 라테가 그리웠다. 그러던 중 프렌치 프레스 형태의 도구를 사용해 에스프레소 비슷한 원액을 만들고 따뜻한 우유를 더해 꽤 근사한 라테를 마시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엔 모카포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깔끔한 맛이 무척 마음에 든다. 물론 고압의 기계로 내리는 에스프레소를 넣은 라테에 견줄 맛은 여전히 아니고, 집에서는 버튼 한 번으로 균일하게 갈아지는 원두를 약간의 노동을 통해 러프하게 갈아 마셔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움직이는 이유는 원두 향으로 시작하는 아침은 더없이 행복하고, 완벽하지 않은 그 커피는 말도 못 하게 맛있기 때문이다. 뭐든 더 소중해지고 더 맛있어지는 캠핑 매직은 커피에도 예외가 없다.
--- 「맛있는 커피를 위한 노력’ 중에서」 중에서
캠핑을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 넘어간다. 그랬다. 나도 잊고 있었지만 난 최근의 캠핑 바람이 불기 훨씬 이전부터 캠핑장을 누볐던 꽤 오래된 캠퍼다. 아 물론 요즘은 일 년에 한두 어번 텐트를 챙기곤 하니 마니아는 아니다. 어느 순간 숯불 피우고 또 치우는 게 귀찮아서 그냥 산 밑에서 치킨 한 마리 사들고 올라가고 커피와 맥주 이외에는 과자로 세끼 연명하고 내려오니 그렇게 캠핑 식도락에 진심인 사람도 아니다. 혼자 타프 치는 게 귀찮고 힘들어서 그냥 텐트 앞문을 타프 대용으로 사용하기에 그렇게 갬성 캠핑을 추구하는 편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프로드의 노지 캠핑을 즐기느냐. 아니 난 전기 없고 화장실 없고 샤워장 없는 캠핑장은 캠핑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고생하러 가는 캠핑이라지만 그래도 잠은 자야 할 것 아닌가. 한겨울 캠핑은 내 사전에 없고, 여름 캠핑도 도저히 안되겠기에 중고나라에서 창문형 에어컨을 사버렸다. 그렇게 캠핑장에서 에어컨을 켜고 텐트 창문을 다 내리고 찬 바람을 맞고 있으면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와 이럴 거면 난 왜 캠핑을 온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준히 캠핑을 간다. 왜? 내가 하는 캠핑의 이유에 대해 몇 가지 떠올려 보였다.
1. 캠핑장은 시간이 느리게 간다. 사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텐트를 챙기곤 한다. 음식을 하고 먹고 치우는 시간을 과감히 제해버리면 텐트에서의 하루는 꽤 단조롭다. 스마트폰만 잘 제어한다면 '아무것도 없음'은 꽤 매력적인 나만의 시간으로 바뀐다. 책을 읽기도 하고, 미뤄둔 영상을 보기도 한다. 아이패드를 들고 앉아 꽤 오랜 시간 쓰고 지웠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일들도 이 지난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슬며시 실마리를 보이곤 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 지난한 작업을 꽤 오래 한 것 같았는데도 웬만해선 12시를 넘지 않는다는 점이다.
2. 장작 타는 소리와 새소리를 좋아한다. 물론 장작 소리는 더 이상 장작을 피우지 않기에 캔들에 의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의 소리를 듣자고 캠핑장에 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극혐하는 옆 사이트와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이트를 글쎄 난 꽤 좋아한다. 캠핑장을 우다다 달리는 아이들 소리, 밥 먹으라며 엄마가 부르는 소리, 고기 굽고 밥 짓는 소리, 구수하게 들리는 트로트 소리까지 이런 류의 사람 사는 소리들이 사실 좀 정겹기까지 하다. 이게 사는 거지 싶기도 하고.
책은 작가가 경험한 캠핑 이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나누어 계절마다 다른 캠핑의 감성, 필요한 것들 그리고 계절에 맞는 먹거리까지 꽤 멋진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원래 이런 이야기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보다 몇 년 일찍 시작한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가 찐인 경우가 많다. 무턱대고 장비를 지르기 전에 한 번만 캠핑 선배들의 조인을 들어보자. 두서없이 내 캠핑썰을 풀긴 했으나 캠핑은 꽤 즐거운 경험이긴 하다.
퇴근후,캠핑 / 이소원 저 / 리얼북스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