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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죽더라도 내년 봄에 죽자

<더글로리>

by 짱고아빠

0.화창한 토요일에 집에 누워 #더글로리 를 박살내고, 비오는 일요일에 집을 나섰다. 역시 날씨는 내 편이 아니다.


1.사적복수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법이나 경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보이는 사회에서 사적복수는 일견 필요해 보이고, 통쾌해 보이기 까지한다. 변태선생의 뚝배기를 깨버린 재준의 모습이 일견 시원해 보이기도 했지만, 시스템은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그는 합의없이 풀려나지 못한다. 아마 변태선생은 아동성범죄에 대한 벌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심정적으론 참작가능할지라도 재준은 폭행에 대해 벌을 받아야한다. 그게 법이고 질서고 시스템이다.


1-1.만약 변태선생의 영상이 하도영에게 먼저 갔으면 아마 학교에 경찰이 들이닥치고 변태는 철창에 갇혀 나는 억울하네 어쩌네 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말았을 것이다. 하씨. 맞다. 그 깐죽대는 모습보다는 확 주먹에 의해 시원하게 줘 터지는 악인을 우리는 보고싶기는 하다.


2.경찰이 모두 신차장 같은 악인으로 드글거리진 않는다. 동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들어준 이도 똑같은 경찰이었다. 동은을 팔아남긴 엄마, 연진을 내어주고 자신을 구원하려 했던 엄마, 차라리 없는게 나았을 법한 노름꾼 아빠도 있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단 소희엄마와 현남의 모습도 부모라는 카테고리에 공존한다. 함부로 세상 다 아는 것 마냥 ‘다~~해' 떠들어선 안된다.


3.모든 판은 동은이 만들었다지만 결국 복수는 가해자들이 스스로 무너지거나, 서로 물고 물어뜯으며 완성된다. 사실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은 동은이 베풀어 준 가해자들이 파멸을 스스로 막을 수 있게끔 준 몇 번의 기회였다. 물론 언제나처럼 악인은 그 모든 기회를 스스로 철회하고 끝을 향해 가열차게 달려간다.

정말 한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그들의 선택이 달랐다면 복수 이외 또 다른 구원이 그들에게 허락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천인공노할 짓을 벌인 이 극의 가해자들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실수하고 용서받을 기회를 부여받는다. 선택은 늘 우리의 몫이다.


4.김은숙 작가는 친절했다. 착실하게 복수가 끝난다음애도 그는 시간를 되돌려 (신이라 불리던) 에덴마을 건물주님의 이야기를 소환해낸다. 아들이 죽고 따라 죽으려던 강에서 만난 동은과 할머니,


‘얘 물이 너무 차다. 그지? 우리 죽더라도 내년 봄에 죽자.’


어이없는 대사에 모두가 웃었고, 다음 봄 또 그 다음 봄. 그렇게 18번의 봄은 찾아왔고 아마 살아남은 이들은 19번째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살아남는 것. 어떤 억울하고 모진 일을 당해도 버티고 또 버티고 준비하면 결국 신의 개입 혹은 어떤 불가항력적인 시간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믿음.

우리가 할일은 어쩌면 그 시스템을 믿고,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정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차마 용서하라는 말은 함부로 못할지언정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이 믿음이 모든 것을 끝내고 생일 마감하려는 동은을 다시 살게 했다.


5.1부가 끝나고 꽤 많은 억측이 유튜브에 쏟아졌다. 변태선생은 연진의 약점을 잡고 딜을 시도하다 연진에게 죽는다, 명오가 살아있다, 그 점집이 어떤 집이었다 심지어 2부에 동은과 여정의 찐한 애정씬을 봤다 등등. 물론 다 개소리였다. 휴... 언제쯤 유튜브에서 사기치는 이들은 근절될까. 이제 유튜브도 조금씩 끊어야겠다.


6.아직까지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굳이 의미 없는 노출신과 폭력장면은 왜 그렇게 집어넣었을까. 스튜어디스 혜정의 가슴을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건 알지만 그걸 굳이 이렇게 까꿍하며 보여줬어야 하며, 또 그게 CG니 뭐니 이렇게까지 떠들일인가. 거기다 동은이 직접 복수하지 않는 장면이 재미없어 스킵했다는 이들은 또 뭔가. 우리는 도대체 같은 콘텐츠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걸까....


#더글로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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