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1. 화무십일홍. 열흘동안 붉은 꽃은 없다. 늙는다는 것일까. 평생 냉철할 것만 같던 무식은 두 가지 실수로 스스로 무너졌다. 돈 때문에 필립과 소정을 죽인 것, 복수심에 눈이 멀어 다니엘이 경고 했던 다니엘의 가족을 건드린 것. 그는 이 두건으로 평생을 지켜온 넘지 말았어야 할돈과 권력의 선을 넘고야 만다. 무식의 인생이 꽃인 것만 같았던 1부에서부터 그 꽃은 이미 시들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2. 돈 앞에 영원한 것은 없고, 세상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무식도 그랬고 화면 밖의 우리도 그랬지만 깜도 안되는 비겁한 정팔이 이 게임의 위너가 된다.(물론 현재에 한정이다. 극 중 드러난 그의 심약한 성향으로 보아 그 역시 머지 않아 망할 가능성이 높다.) 평생 무식의 오른팔일 것 같았던 동생들의 배신, 언제나 자신의 그늘이어 줄 것 같았던 민사장의 죽음, 다니엘의 분노. 온갖 역경은 이미 다 지나갔을거라 믿었지만 또 다시 숨통을 조여오는 세상앞에 남자는 텅 빈 바다에 홀로 서 결국 눈물을 흘린다. 그 남자가 준비하는 조촐한 마지막 만찬. 술이 밥이었던 남자는 그곳에서 숨을 거둔다. 제대로 된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3. 돈을 너무 많이 벌어보지 못해서 그 기분을 알지는 못하지만, 나도 그렇게 많은 돈이 내 눈앞에 있다면 평생을 함께한 가족, 친구 모든 것을 떠날 수 있을까. 지금은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돈과 권력 앞에 영원한 것은 없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삶이 희망이 되는 아름다운 경우도 많지만 결국 반대의 경우 또한 사람의 일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는 그렇지 않을거'라는 자조섞인 다짐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닐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열흘동안 붉은 꽃은 없거나 이미 죽은 꽃이니까.
4. 극 중 유일하게 돈과 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이는 가진거라곤 젊음이랑 패기 밖에 없는 오승훈 경감이다. 왜 그렇게 차무식을 쫓냐는 필리핀 경찰 파트너인 마크에게 승훈은 묻는다. '아내는 널 자랑스러워 하냐고' 그리고 승훈은 말한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살 수 있겠지. 누군가의 자랑으로'.
누군가의 자랑으로. 극 중 무식의 아들은 늘 학교에 가 있지만, 마크의 딸은 승훈을 위해 팔찌를 만들어 건넨다. 무식의 아들에게 무식은 의미 없는 이름이겠지만, 마크의 딸에게 마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랑스러운 아빠라는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가 세상에 존재하듯 그렇지 않던. 무식의 시신은 길에 버려졌지만 마크의 시신은 승훈의 품에 있다.
5. 내 인생영화를 물으면 주저없이 <파이란>을 꼽는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채 영화만 좋아하던 고딩 시절, 쌓아놓고 비디오 테잎을 돌리던 나를 멈추고 한참이나 나를 먹먹하게 만들었던 첫번째 영화.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게 이런거구나 알게해준 영화. 믿보배. 카지노는 내 최애배우 최민식이 25년만에 선택한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는 이 드라마에서 왜 최민식인가를 또 한번 증명했다. 안녕 차무식. 당분간 드라마 좀 안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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