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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ug 04. 2023

'좋아요'에 숨겨진 지구의 대답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저

암호화폐는 스마트폰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전이 카드로 대체되고 카드가 스마트 페이로 대체되고 나아가 암호화폐가 고도화 되며 세상은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하게도 암호화폐 채굴 현장을 볼 일이 있었는데 스마트하다고만 생각했던 암호화폐 채굴 방법 앞에서 꽤 멍해졌었다. 서른 평 빌라 한채가 전부 컴퓨터(정확히는 그래픽카드)로 채워져있고 24시간 돌아가고 있었다. 바닥엔 담배꽁초, 컴퓨터가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돌아가는 선풍기들과 어지럽게 깔린 멀티탭. 누군가에겐 스마트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는 말도 안 되는 삶이 있겠구나.. 충격적인 기계 학대 현장을 벗어나며 꽤 생각이 많아졌다.


몇 년 전 탄소발자국에서 더 나가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는 용어도 처음 들었다. SNS 적게 사용하기, 유튜브 저화질로 보기 등이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새삼 엉뚱한 얘기 앞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싶었다. 꽤 진지하게 과도한 모바일의 사용이 얼마나 지구를 망치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고도 '이건 좀 너무 나간 거 아닌가?'싶기도 했었는데 이 책은 그 때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한 충실한 대답이 되어주었다. 내가 지금 왜 휴대폰을 꺼야 하는지에 대해 꽤 설득력 있는 대답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더 많아졌다. 지금 나도 당신도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쓰고 보고 있지 않은가?


세계 디지털 산업은 너무도 많은 물과 자제,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중략)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10퍼센트를 끌어다 쓰며,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의 거의 4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이는 세계 민간 항공업 분야 배출량의 두 배에 약간 못 미치는 양이다. (p.20)


먼저 우리는 데이터란 이름으로 너무 많은(쓸모없는) 정보들을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것이 단순히 메모리에 기록된 소량의 데이터라고 생각되지만 지금 세계에서 만들고 보관하는 데이터를 위해 전 세계 전기의 10%,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가 소모 된다고 한다. 디지털 세계는 티끌 모아서 태산을 만드는 속도도 역대급이고 그 어려운 일을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해내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장마'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마치 우기의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스콜 같은 집중강우가 쏟아졌고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홍수와 산사태를 우리는 매년 새로이 목도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일은 아니다. 어디는 홍수로 어디는 기근으로 어디는 가뭄으로 기후 위기는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2023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다름 아닌 이 '기후 위기'였다.


이러한 기후 위기에 GenZ라고 불리는 이들이 지구를 구하겠다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후 세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이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하고,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고기 소비와 플라스틱 사용, 비행기 여행을 비난하며 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넌센스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정작 이들이 이 이슈를 SNS로 퍼나르며 온라인 쇼핑, 메타버스, 온라인 게임을 소비하는, 직접적으로 전기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뿜어내는 세대라는 점이다.


기후 위기를 논하며, 물 부족, 탄소 문제를 늘 이야기하지만 이를 만들어 내는 디지털에 대해서는 사실 깊이 있는 논의나 교육자료가 만들어진 바 없다. 오히려 디지털이 종이나 다른 물질의 대체재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이를 좀 점검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 흥미로운 책은 새로운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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